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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내 역사의 반복을 기록하다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2-03-28 16:53:16
  • 수정 2022-04-11 16: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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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와 플래너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기는 과거의 기록이고 플래너는 미래를 기록한 것이다. 기자는 한 때 상반된 듯 보이는 두 가지를 하나의 노트에 꾸준히 기록했었지만, 일기는 1년 가까이 작성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모든 사건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반복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접하면서 기자는 과거의 기록이 동반되지 않은 계획은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됐다. 


 기자는 고구려·수나라 전쟁이 거대한 국가가 작은 국가를 침략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우크라이나가 맞닥뜨린 전쟁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수나라가 금방 승리의 깃발을 들어올릴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고구려의 거센 저항에 전쟁이 길어지면서 수나라의 재정은 최악의 상태로 접어들었고 수양제는 전쟁 중 사망했다. 그러나 이후 고구려도 수나라의 멸망에 이어 건국된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멸망했다. 


 러시아도 수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뺏기고 있다. △재정 손실 △인명 손실 △국제적 이미지 하락 등 의외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꽤나 몰아붙였다는 점에서 고구려·수나 라 전쟁과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빗댈 수 있는 역사적 사례는 얼마든지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을 치른 두 국가가 끝내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는 점은 양측 모두 피를 흘리는 지금, 마치 그 끝을 예언하는 것만 같아 더 꽂혔다. 


 그래서 기자는 그 양상이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역사는 계 속해서 반복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지도층이 저항을 선택하게 된 데에 있어 고구려의 역사를 참고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현명한 결정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에 그들도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어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개강 전에 작성한 기자의 계획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유일하게 전혀 지켜지지 않은 항목은 ‘일기 쓰기’다. 계획을 위해 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금, ‘일기 쓰기’라는 항목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계획 역시 하나하나가 선택이다. 옳은 길을 걷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신에게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거쳐야 한다. 성공의 역사를 반복할 것, 실패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할 것. 이것이 기자가 다시 하루하루를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글·사진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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