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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메인] 환절기를 휩쓸고 간 동해안 산불
  • 서지수 기자
  • 등록 2022-03-28 09:18:20
  • 수정 2022-03-28 09: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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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조해진 날씨에 작은 불씨 하나가 큰 화재로
지난 4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진행됐던 울진-삼척과 강릉-동해 산불은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남긴 산불로 기록됐다. 191시간 동안 지속됐던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피해 이후 약 22년 만의 큰 화재였다. 이에 본지는 봄철 영동지역의 산불 사건에 대해 알아봤다.


213시간 동안 꺼지지 않은 걱정


 지난 4일 오전 11시경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화가 시작됐다.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로 인해 산림 20,923ha(209.23km2)가 소실됐고, 최소 2조 5,108억 원의 재산 피해가 생겼다. 다음 날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는 60대 남성 이모씨가 토치로 불을 질러 큰 화재로 번졌다. 옥계발 산불로 방화범의 모친이 대피하던 중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있었고, 4,000ha(40km2)가 소실돼 최소 4,818억 원의 재산 피해가 생겼다. 


 울진과 강릉에서 시작된 산불은 각각 삼척과 동해로 번지며 불길을 잡을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13일, 한반도 전역에 내린 비로 울진과 강릉의 산불이 진화가 완료됐다. 동해안 지역의 산불뿐만 아니라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달았다. 


동해안을 따라 발생하는 산불?


 2000년 4월과 지난 3월의 대형 산불은 모두 동해안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전부터 영동지역은 봄철에 산불이 자주 일어났다. 조선왕조실록과 영정조 시대에 강릉 지역의 기록을 담은 임영지에서 그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중종실록에서 1524년 음력 3월 19일 산불로 강릉 경포대가 불에 타고, 주변 민가 244호가 소실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현종실록의 1660년 3월 1일 기록에는 삼척지역의 민가 170호가 산불로 불에 탔다고 한다. 


 특히 1804년 봄에 산불이 심했다고 전해진다. 임영지에서는 1804년 3월 3일 고성과 삼척 일대에 일어난 산불로 율곡 이이의 위패를 모신 강릉 송담서원이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3월 3일에 발생한 산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확산돼 산불로 죽은 사람만 61명에 달했다. 3월 12 일에도 △삼척 △강릉 △양양 등 여섯고을의 민가 2,600호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19년 4월 4일 역시 강원도 인제군을 시작으로 △고성 △속초 △강릉 △동해에 잇따라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의 영향으로 2명이 사망했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양간지풍, 양강지풍이 불씨를 키우다


 영동지역은 매년 3월과 4월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 불리는 강풍으로 산불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이다. 이는 봄철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기압배치 상황에서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고도가 높은 태백산맥을 넘는 순간 압력이 높아지며 고온건조한 강풍으로 바뀐다. 

 

 올해는 50년 만에 찾아온 겨울철의 가뭄에 기존의 양간지풍이 가세해 불씨가 확대됐다. 이외에도 소나무 위주의 산림 구성이 피해를 키웠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있다. 소나무의 송진은 기름기가 있어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 또한,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수증기가 증발해 토양이 건조해져 불이 지속될 환경이 조성됐다. 


서지수 기자 | seojisu0120@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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