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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최고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선사하는 방법
  • 김도욱 기자
  • 등록 2022-03-28 09: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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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켜볼 수밖에 없기에 고조되는 불안함
관객들의 감탄과 심적 고조를 유발하기 위해 치밀히 설계된 배경은 영화의 많고 많은 매력 중 하나이다. 이러한 매력을 영화에 집어넣고자 감독들은 특정한 기법을 활용해 작품의 몰입도를 배가한다. 본지는 해당 기법의 대표적 예시라 할 수 있는 서스펜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새벽, 한 남자가 통화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려 한다. 그때, 왼편에서 비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차가 나타난다. 음주운전을 하는 건지 차량은 빨간불에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만 간다면 남자를 칠 것만 같다. 이 모든 상황을 관객들은 알고 있지만, 남자는 왼쪽에 시선도 두지 않은 채 통화에 열중한 상태라 차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한다. 남자의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과 가까워지는 차의 형상이 교차하며, 관객은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감 상태에 놓인다.


 위 상황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이다. 자신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등장인물의 상황을 관객들에게 보여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전개에 계속해서 몰입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해당 기법이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별 의미 없는 행동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관객은 위급하고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의 행동이 극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만화가 베르나르 뒤크는 본인의 저서 ‘만화의 기법’에서 서스펜스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규칙을 세 가지로 정리해 설명한다. 첫째, 등장인물에 대한 호감이 필요하다. 관객은 적대적인 등장인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감정 이입을 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둘째, 등장인물이 약하거나 비무장 상태여야 한다. 약한 인물에게 더 큰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셋째, 관객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등장인물과의 교감을 촉진하려면 엄청난 규모로 일어난 부당한 불행이 등장인물에게 닥쳐야 한다.



 서스펜스는 하이라이트나 세부적 표현의 효과를 배가한다는 점에서 △추리물 △느와르 △호러물 등을 포함한 스릴러에서 주로 사용된다. 스릴러 작품의 대가로도 유명한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은 본인 작품 대부분에 훌륭하게 이 기법을 녹여냈다.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싸이코’에서 주인공 릴라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과 불안감에 가득 찬 심리는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히치콕의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싸이코’의 충격적인 명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영화는 샤워 커튼 뒤로 보이는 검은 실루엣과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샤워하는 릴라의 모습을 같은 구도에서 담아내기에, 정체 모를 누군가가 릴라를 살해하기까지 관객이 느끼는 긴장감과 충격은 배가된다. 릴라가 살해당하는 장면만 놓고 봤을 때는 무척이나 긴장감이 떨어진다. 계속해서 칼을 들었다 내리찍는 살인자와 고통스러워하는 릴라의 얼굴이 교차하는 장면이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스펜스로 인한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이 장면을 접하면 관객들은 해당 장면에 더욱 몰입하고 충격을 받는다.


 이처럼 서스펜스는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표현력을 증대시키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관객은 쉽게 피로해지고 몰입과 이해를 방해받는다. 무작정 긴장감 조성을 위해 남용하기보다 곳곳에 이완을 위한 장면을 넣어줘야 긴장의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 등장인물이 위험에 가까워질수록 관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다가, 위험에 벗어나면 관객들이 안심하는 구조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서스펜스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서스펜스와 공포를 구분하지 못해 둘을 하나로 생각한다. 이에 서스펜스의 대가인 히치콕은 공포 없이도 서스펜스는 형성될 수 있으며, 한 남성이 한 여성에게 고백하는 전화를 엿들은 전화 교환수가 여성에게 어떤 대답이 나올지 조급해하는 심정 또한 서스펜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핵심 정보를 끝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터뜨리는 심장 쫄깃해지는 전개, 이런 훌륭한 전개 방법을 스릴러에만 쓰면 아깝지 않은가. 우리의 심장을 마구 뛰게 하는 호러물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로맨스까지, 서스펜스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도욱 기자 Ι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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