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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영화인 듯 광고인 듯 영화 같은 너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03-28 09:24:36
  • 수정 2022-04-11 16: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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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ip 버튼을 생략하게 만드는 요즘 광고
'일장춘몽' 요즘 어딜 가나 보이는 그 이름. 감독과 공개일이 있어 영화인가 싶었지만,
딱하니 자리 잡은 애플 로고에 다들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건 영화일까 광고일까?
본지에선 알고 보면 광고인 영화, 시네마틱 광고에 대해 알아봤다.

일장춘몽이 광고라고?


 지난달 18일에 공개된 웹무비이자 단편영화인 ‘일장춘몽’.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의 출연과 박찬욱 감독으로 구성된 화려한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역대급 출연진과 감독 그리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예고편을 보며 대중들은 영화가 개봉되기만을 기다렸지만, 영화는 끝내 극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극장에서 해당 작품을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 영화가 아닌 기업과의 협업 영화이기 때문이다.


 일장춘몽은 애플의 ‘Shot on iPhon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아이폰 카메라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 한 캠페인이다. 지난 2014년 아이폰 6 발매와 함께 시작돼 매년 진행되고 있는 캠페인으로, ‘사진 공모전’과 ‘단편영화 제작’의 두 분야로 이뤄진 다. 그간 단편영화 부문에는 △미셸 공드리 △데이미언 셔젤 △진가신 △지아장커 등의 거장들이 참여했고, 이번 영화를 통해 박찬욱 감독도 캠페인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해당 작품 외에도 2011년 아이폰 4를 활용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을 제작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ShotOniPhone’ 캠페인이 공식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아이폰 외에 DSLR 렌즈를 부착해 촬영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 공식적인 첫 번째 협업 영화가 된다.


스크린으로 봐도 손색없는 광고


 이처럼 특정 제품의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 △심도 깊은 연기 △섬세한 연출을 등을 통해 영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광고를 ‘시네마틱 광고’라고 한다. 일장춘몽은 아이폰 13과 아이폰 13 pro를 홍보하는 시네마틱 광고이며, 이러한 형태의 광고를 한국 대중에게 알린 대표적인 계기가 된다. 일장춘몽의 압도적인 화제성으로 해당 광고를 시네마틱 광고의 첫 번째 사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전에도 다양한 기업에서 시네마틱 광고를 시도했다.


햇반의 ‘라이스크림’ 광고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7일 쌀로 만든 아이스 크림 ‘라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이에 CJ는 밥이 되기위해혹독한 훈련을 받는 쌀알 중 하나가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돼, 라이스크림을 만들게 됐다는 스토리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햇반은 정교한 생산 시스템과 신뢰도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 또한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MZ세대를 향한 위로의 메시지로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라네즈의 ‘래디언 씨 크림’ 광고

 라네즈는 전속모델 김유정의 연기력을 100% 활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피부과 의사가 된 김유정은 해당 브랜드의 크림으로 피부를 치료하려던 순간, 오른쪽 뺨에서 평화로이 잡티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 찾아온 크림 폭풍은 그간의 잡티 농사와 삶의 터전을 앗아갔고 피부과를 찾은 고객은 매끄러운 피부를 가지게 됐다. 화장품의 기능을 전지적 잡티 시점으로 묘사한 재 치 있는 연출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의 ‘공익광고’

 P4G는 △정부기관 △기업 △시민사회 등이 참 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협의체로 2년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작년 5월 P4G 정상회의가 국내 최초 서울에서 개최됐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시네마틱 광고가 제작됐다. ‘2066’이란 제목으로 영상 속 황폐해진 45년 뒤 지구의 모습과 살기 좋은 세상을 전하겠다는 연설의 대비는 협의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식상한 광고는 그만, 대세는 시네마틱


 15초짜리 B급 감성 영상에 익숙한 우리는 높은 퀄리티의 광고를 다소 낯설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낯설음은 오히려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영상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광고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와 감독의 열정은 더 이상 광고를 무시하는 사람들로 인해 재능낭비가 되지 않고, 하나의 작품을 대하는 당연한 태도를 만들어 냈다. 이렇듯, 시네마틱 광고는 무분별한 PPL로 혼란스러워진 광고계를 질 높은 콘텐츠로 채움으로써 광고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냈다. 앞으로 영상미 넘치는 광고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TV △SNS △길거리 전광판 등을 통해 미래에 등장할 시네마틱 광고에 더욱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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