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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그래, 나 띠부띠부씰 모아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03-28 09:26:13
  • 수정 2022-04-11 16: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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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이는 안된다? 추억에 나이가 있나요.
최근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씩 포켓몬빵을 찾으러 편의점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의 편순이·편돌이들을 고통받게 한 그들은 대체 누굴까?
본지에서는 추억 여행에 푹 빠진 키덜트에 대해 알아봤다.

포켓몬빵 대체 뭐길래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아는 사람은 전주만 들어page16image53939040도 심장이 반응한다는 이 노래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제곡이다. 포켓몬스터는 1999년 국내 방영 이후 학생층에게 열광의 존재가 됐고,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SPC삼립’은 같은 해 포켓몬스터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포켓몬빵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에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스티커가 랜덤으로 동봉돼 있는데, 이러한 ‘띠부띠부씰’ 수집은 당대 학생들의 최고 관심사였다. 한달에 500만개가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던 포켓몬빵은 라이선스 계약 종료로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췄으나 지난달 24일 재출시를 통해 우리의 추억을 부활시켰다.


 16년 만에 돌아온 포켓몬빵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SPC삼립에 따르면 출시 직후 판매량은 150만 개를 돌파해 자사 평균 판매량의 6배를 기록했다고 한다. 현재는 하루 평균 25만 개가 팔려나가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재고를 확인하기 위한 편의점 재고 확인법이 SNS상에 떠돌기도 했다. 159종의 스티커 수집 과정에서 △웃돈 거래 △사재기 △중고거래 사기 등의 사회적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포켓몬빵에 주목하는 것일까? 이는 개인이 지닌 어린시절의 추억과 큰 관련이 있다. 재출시된 빵의 주요 구매층은 20·30대로 첫 출시 당시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구매하던 어린이였고, 그들의 소비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추억에 대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키덜트’라고 부른다. 흔히 ‘어른이’라고 불리는 키덜트(Kidult)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을 의미한다.


 이는 아이의 모습을 한 어른이라는 점에서 △성장회피 △심리적 퇴행 △사회성 부족의 피터팬 증후군과 유사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개인의 즐거움을 영위하려는 일종의 문화로서 분명한 차이가 있고, 추억을 되새기며 자신만의 안식처를 만든다는 점에서 회피와는 다른 개념이다.


곳곳에 묻어있는 우리의 추억


 이처럼 성인들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여러 기업은 키덜트를 주요 소비자층으로 설정해 그들의 동심을 저격한 ‘추억 마케팅’을 선보인다. 이를 통한 키덜트 상품은 기성세대에겐 추억과 향수를, MZ세대에겐 새로움과 하나의 유행을 선사해 전 세대를 어우르는 트렌드가 된다. 포켓몬빵은 이러한 추억마케팅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식품 분야 외 다양한 분야에서도 키덜트 상품을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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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진난만하고 재밌는 것을 추구하는 키덜트에게 장난감은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다. △전투기 △로봇 △탱크 등의 실물을 축소한 프라모델(플라스틱 모델)은 가장 대표적인 키덜트 상품이다. 부모님께 사달라고 애걸복걸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경제력이 생긴 현재의 키덜트들은 원하는 모델을 마음껏 구매할 수 있고 조립 수준 또한 성장했다. 열심히 꼼지락대던 고사리손은 어느새 성인의 커다란 손이 됐지만 하나 둘 맞춰지는 부품을 보며 행복해 하던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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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추억 여행은 영화관에서도 계속된다. ‘해리포터’는 시리즈가 공개되던 시기를 해리포터 세대라 부를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영화이다. 이에 각종 극장 업체는 어른이된 해리포터 세대를 겨냥한 재개봉 행사를 진행했다. 재개봉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차지하는 예매율 1위는 새로운 시리즈의 개봉을 기다리던 그때 그 시절의 동심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글·사진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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