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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터]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조승화
  • 등록 2021-11-09 09: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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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노태우 前 대통령이 향년 8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노 前 대통령은 전두환 前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 및 추징금을 선고받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했다. 이로 인해 국가장이 치러질지는 불분명한 상황이었으나, 지난달 27일 정부는 노 前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차원에서 국가장을 결정했다.


 노 前 대통령은 신군부와 하나회의 핵심으로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여럿 남겼다. 그럼에도 국가장을 통해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과오에 책임을 지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노 前 대통령과 전 前 대통령은 매우 무거운 역사적·국민적 책임이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고 법정에도 섰다. 이에 대해 전 前 대통령은 전혀 책임지지 않은 반면, 노 前 대통령은 아들을 통해서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한 바 있다. 더불어 구속 당시 선고받은 추 징금을 완납하는 등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고 책임을 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그를 비판하면서도 책임을 지려는 태도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정부 역시 여기에서 노 前 대통령을 전 前 대통령과는 다르게 바라봤다. 그러나 무고한 피해자들이 노 前 대통령을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았고, 때문에 그의 국가장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그 나름대로는 사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는 진심으로 용서받지 못한 채 떠나간 것이다.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에는 “이승의 모든 인간은 죄를 짓고 산다. 그리고 그들 중 아주 일부만이, 진정한 용기를 내어 용서를 구하고 그들 중 아주 극소수만이 진심으로 용서를 받는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처럼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용서를 구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더욱이 높은 직책에 오른 이들에게는 더욱 무거운 책임이 부과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두환과 한때의 노태우처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함으로써 그 책임에서 도망치려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추태가 쉽게 눈에 들어오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있는가? 자신의 잘못에 비겁하게 책임지지 않는 부조리가 계승되고 숨쉰다면 그 사회의 정의와 규범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남녀노소, 정치이념 등 어떤 조건이든 상관없이 잘못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비록 용서받지 못할지라도,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용기가 있는 사회를 기대해보자.


조승화 대학·사회팀장 Ι 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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