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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익숙함에 가려진 배달기사들의 위기
  • 조승화
  • 등록 2021-09-14 0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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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속 도사리고 있는 제n의 선릉역 사고
코로나19의 부산물인 온택트 문화를 잘 드러내는 모습 중 하나는 바로 급증한 배달음식 이용량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열악한 현실에 몰린 동시에 해마다 각종 사건 사고에 휩싸이는 배달기사들의 위기가 가려져 있다. 이에 본지는 팬데믹 속 배달기사들의 위기에 대해 알아봤다.


선릉역 배달기사 사망 사고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30분 선릉역 9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 서 오토바이 배달기사 A씨가 신호가 바뀌자마자 끼어들어 23톤 화물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높은 운전석 때문에 배달기사를 보지 못했고 그대로 출발해버린 탓에 A씨는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사고가 알려지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 일반노동조합 (이하 서비스 일반노조)은 고인의 명복을 기리며, 배달플랫폼의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더불어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을 설립해 △저렴한 보험료 △의무 유상보험 △교육 등을 책임지고 제도화할 것이며 고인에 대한 악성 댓글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A씨가 거대한 화물차가 있음에도 다소 무리하게 끼어들었다는 경위가 알려지면서 이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편리함과 위기의 공존


 선릉역 배달기사 사망사고에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배달 기사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배달 기사들은 배달대행업체와 위탁배송계약을 맺은 특수 고용 관계에 해당한다. 월급이 아닌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기에 배달을 많이 해야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배달대행업체의 난립과 업계의 호황과는 반대로 배달 수수료는 약 3,000원 수준으로 낮다. 배달기사들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려면 교통 법규를 위반해서라도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수밖에 없기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배달기사는 유상보험과 4대 보험을 들지 않고 배달을 하고 있으며 오토바이 유지비, 작업복 등은 모두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릉역 사고 추모 현장


 이와 동시에 배달기사들이 이전부터 일으켜왔던 문제들도 조명되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바로 교통법규 위반이다. 앞서 언급한 선릉역 배달기사 사망사고 역시 A씨의 교통법규 위반과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배달기사들의 잦은 교통법규 위반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 신호 위반 △과속 △역주행은 기본이고 심지어 보복 운전과 단속 거부 등 의 위험한 행동도 매년 행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몰래 음식을 빼먹는 행 위도 지적받고 있다. 이렇듯 배달기사들의 열악한 현실과 함께 비윤리적인 태도도 부각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배달기사들의 땀과 눈물을 잊지 않으려면


 서비스 일반노조 홍창의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릉역 배달기사 사망사고는 이전부터 불거져 나왔던 배달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관심받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현실과 처우 등을 더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홍 사무국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뿐만 아니라 시간당 최대 배달 건제 및 최저시급 보장 등을 정부와 회사에 요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교통 법규 준수 등 배달기사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홍 사무국장은 “배달 노동은 우리 생활 속에서 편리하고 소중한 노동이 됐기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팬데믹 시대에 배달 노동은 우리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선릉역 배달기사 사망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의 배달기사들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로 배달기사들에 대한 인식 역시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배달기사들의 땀과 눈물이 묻히지 않기 위해선 업계와 소비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글·사진 조승화 기자Ι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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