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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륜을 거스른다는 것
  • 조승화
  • 등록 2021-08-30 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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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은 부모 자식, 형제 관계에서 변하지 않는 하늘의 도리를 뜻한다. 가족은 하늘에서 맺어준다는 말이 있듯이 천륜을 끊어내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터부시되지만, 그 금기는 역사에서 수없이 깨져왔다. 영화 ‘사도’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부자의 갈등 끝에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굶겨 죽인 임오화변을 소재로 천륜이 끊어지는 비극을 생생히 전달한다.


영조는 장남 효장세자를 잃고 불혹의 나이에 늦둥이 세자를 얻었다. 정통성 논란으로 공부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영조는 세자에게 큰 기대를 걸었고 어린 세자는 총명함과 영특함을 보여주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무예와 예술에 뛰어나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가진 세자는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마음을 몰라 주고 자신을 힐책하는 아버지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세자는 점점 엇나가기 시작했고 아버지를 죽이려고 하는 등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세자는 세손이라도 살리고자 한 아내 혜경궁 홍씨와 어머니의 밀고로 뒤주에 들어갔고 부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으며 왕과 세자로 만난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렇듯 비극으로 막을 내린 사도에는 영조와 세자, 세자와 세손이라는 상반된 두 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선 영조는 세자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타고난 성정이 정반대였던 세자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에 영조가 세자에게 준 것은 격려가 아닌, 원망과 저주 섞인 비난이었다. 영화 말미에 세자는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라고 고백했다. 이는 강박관념 때문에 군주로서 세자를 대하고 마음을 이해하지 않았던 영조의 태도가 세자의 탈선을 유발해 ‘임오화변’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음을 명확히 표현했다.


한편 세손인 정조는 사도세자와 달리 공부에 열중해 영조의 총애와 사랑을 받았다. 이로 인해 세손과 세자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쳐 이들의 천륜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세자와 달리,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던 세손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사람이 있고 예법과 공부가 있다”는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다. 이를 통해 세손은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해 영조-사도세자 부자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도는 3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하늘이 이어준 관계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임오화변이라는 비극은 그 주인공만 바뀌어 3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역사가 현재와 미래를 위한 거울이라는 명제를 반박하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사도’라는 거울을 통해 비단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제n의 임오화변’이라는 저주가 계승되는 것은 멈춰야 할 때이다.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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