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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학생 목소리 가로막는 대자보 내용검열
  • 이규현 기자
  • 등록 2017-04-10 11:11:27
  • 수정 2017-05-04 1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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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운 의견 표출 보장돼야

 

 ‘대자보’란 주로 대학가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벽에 붙이는 종이를 의미한다. 대자보는 군사독재시절 대학생들이 민주화운동을 위해 주로 게시하기 시작했으며,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 학내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담는 성명서 형태로 게시된다. 대자보는 불특정다수가 조건 없이 읽을 수 있고 시선을 끈다는 장점이 있어 전달효과가 높다.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에 쉽게 관심을 갖고 그 일에 대한 참여를 유도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본교에서도 학내 구성원들이 각종 대자보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본교의 대자보 및 홍보물 관련 규정은 일반행정 중 게시물 관리 규정(3-7-26)에 명시돼있다. 규정에 따르면 학생자치단체와  외부인은  학생지원팀(이하  학지팀)의  검인도장을  받고  게시물을  게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자보  게시에  대한 내용수정 문제가 불거지며 학생들의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존재하고 있다. 정양현(회계·4) 군은 “대자보를 작성해 학지팀으로 검인도장을 받으갈 때마다 내용을 수정하거나 게시를 거절했다”며 “이유를 규정에 근거해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고 오히려 ‘싸우러 왔냐’는 핀잔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학지팀이 해당규정을 철저하게 지키지도 않고 내용검열을 할 때만 규정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정 군의 내용수정 주장에 관해 학지팀 문응철 팀장은 “게시물 주장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으로 다른 학생들이 억울하게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차원일 뿐이다”며 “이번 달 부임 이후 내용 수정은 지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대자보 게시만 검열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문 팀장은 이에 대해 “학생지원팀은 교수회나 교직원노동조합 등 다른 단체의 게시물을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규정대로라면 검인을 받지 않은 게시물은 학지팀이 수거해야 한다. 그런데 본교에는 아직 작년에 게시됐던 각종 대자보와 외부 미허가 게시물 등이 여전히 붙어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묻자 문 팀장은 “모두 규정대로 처리하면 좋겠지만 예민한 문제에 대한 게시물을 함부로 수거했다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대자보 내용검열에 대한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이 계속 이어져왔다. “내용검열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는 정 군의 말처럼 정당하지 못한 대자보 내용검열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더군다나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는 학내에서 의견표출에 부조리한 제약이 존재한다면 학교발전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게시물 검열은 학교와 게시자 양측 협의 하에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학내 구성원이 좀 더 원활한 소통의 환경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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