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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間偉人(월간위인)] 약탈당한 우리나라의 문화재 지킴이, 박병선 박사
  • 강신재 기자
  • 등록 2021-05-17 1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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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들어 있던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의궤를 깨우다
5월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가정의 달’로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1972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국제 도서전에서는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은 바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프랑스에 약탈당한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한 박병선 박사에 대해 알아봤다.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직지심체요절, 외규장각 의궤의 발견과 박병선 박사


 고향인 우리나라가 아니라 외국에 잠들어 있던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과 외규장각 도서를 발견한 故 박병선 박사는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1955년에는 국내 민간 여성 최초로 프랑스로 유학을 가 소르본 대학교와 프랑스 고등 교육원에서 역사학, 종교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 박사는 1967년부터 파리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다 직지를 찾아냈다.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하는 등 철저한 고증을 거친 끝에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도서의 해 기념 고서 전시회’와 유럽 내 ‘동양 학자 대회’에서 직지가 공개된 이후 직지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지게 됐다.


 박사는 직지 발견 이후 프랑스 도서관을 구석구석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 창고에서 프랑스에게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의궤 191종 297권을 발견했다. 외규장각 의궤는 복원 작업을 거쳐 1978년 언론에 공개됐지만, 박사는 비밀 누설을 했다는 이유로 프랑스에 의해 도서관에서 해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는 의궤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정리했으며 박사의 의궤 반환 노력으로 지난 2011년 5월 외규장각 의궤가 대여 형식으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직지와 외규장각 도서


 직지의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고려 말, 1372년(공민왕 21년) 백운이라는 승려가 지었다고 한다. 정식 명칭을 풀이해 보면 백운이라는 스님(화상)이 초록(기록)한 불조(부처, 스님)들의 바로 가리킨(직지) 마음의 본모습(심체) 중에서 중요한 부분(요절)이다. 직지는 여러 판본이 있었는데, 1886년 조선이 프랑스와 통상 조약을 맺은 후 초대 주한 프랑스대리공사로 근무하던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한 책들에 섞여 있다가 1911년 골동품 수집가였던 앙리 베베르에게 경매로 넘어갔다. 이후 앙리의 유언에 따라 1950년 경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기증됐다.


 외규장각 의궤는 정조가 왕실 관련 도서를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세운 또 다른 규장각에 보관됐던 왕실의 의례를 정리한 책이다. 그런데 외규장각이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에 침입한 프랑스군에 의한 화재로 소실됐고, 의궤 등 340권의 도서가 약탈됐다. 이후 100년이 넘게 프랑스에 있다가,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방한 이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 5년마다 갱신 대여 하는 것으로 합의를 거친 후 지난 2011년 한국으로 반환됐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문화재의 가치를 입증하다


 박병선 박사가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한 이후, 세계 역사와 한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 직지 발표 이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은 1440년대 인쇄된 독일 구텐베르크의 성서라고 알려졌지만, 발표 이후 금속 활자가 서양이 아니라 동양에서 더 앞섰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자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에게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국왕을 위한 어람용이며, 국내외에 한 점밖에 없는 유일본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지난 2011년 당시 이뤄진 반환에 더욱 의의가 있다. 박사는 이와 같은 업적으로 1999년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지난 2011년에는 2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는 등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강신재 기자│sinjai1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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