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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서비스와 인프라의 어긋난 톱니바퀴
  • 백민정
  • 등록 2021-05-03 09: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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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택배 파업 사건
서울특별시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택배 대란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공원형 아파트'를 콘셉트로 지어졌는데 이 특징으로 인해 택배 회사와의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최근 택배논란과 한국 택배문화에 대해 다뤄봤다.


딩동, 택배입니다


 


택배는 말 그대로 집까지 배달해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택배와 배달은 유사하지만 다른 분야로 인식돼 왔다. 택배는 주로 물품을, 배달은 주로 음식 등을 전달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아왔다. 그런데 전자상거래 이용이 늘어나면서 그 경계가 점차 허물어진 것이다. 새벽배송, 식료품 배송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되면서 택배 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렇다보니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집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국가물류통합 정보센터 생활물류 통계에 따르면 작년 총 택배물량은 33만 7,373건으로 집계됐다. 또한 연간 택배 물동량도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택배 시장 매출액과 택배이용 횟수도 정비례하는 결과를 보였는데 작년 한 해 동안의 경제 활동인구 1인당 평균 택배이용 횟수는 무려 122회다. 지난 2018년 대비 지난 2019년보다, 지난 2019년 대비 작년의 택배이용 횟수가 유독 증가한 것은 코로나 19로 인한 온라인 유통업체 활성화와 관련이 있다.


끊이지 않는 택배 서비스 논란


 지난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 측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공원형 아파트 단지인 ‘그라시움’의 개별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공원형 아파트는 대부분의 차량이 지하를 통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어린이 안전사고 및 보도블록 훼손 등에서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공원형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은 허가받은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지상 출입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 단지의 지하 출입구 높이가 일반적인 택배 차량의 높이인 2.5~2.7m에 미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차장 층고의 높이는 주차바닥면으로부터 2.3m 이상이어야 한다. 지하주차장 높이가 낮고 차량의 지상 접근이 제한될 경우 택배기사들은 저상차량을 이용하거나 손수레를 사용해 배달을 해야한다. 문제는 이때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에 차량 개조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고 차체가 낮으면 물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부상의 우려가 있다. 현재 택배기사들은 손수레를 이용해 일일이 배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방법은 노동 시 간 및 노동 강도가 심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해당 시행규칙이 1990년대에 정해졌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대형택배차량이 흔치 않아 이러한 하한선이 생긴 것인데 점차 택배 차량 출입 관련 문제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6월, 지상 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층고를 2.7m로 상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된 규정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적용됐는데 고덕 그라시움과 같이 2019년 이전에 건축 승인을 받은 아파트들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 지금과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 지상출입이 금지된 전국 아파트는 총 179곳이다. 지상출입이 금지된 일부 공원형 아파트들은 전동카트를 구매하거나 택배기사가 단지 입구까지 배송한 물품을 실버택배기사가 인수받아 집 앞까지 배송하는 실버택배 제도 등을 도입해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8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13일에 택배기사 2명에 대한 주거침입 신고가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택배기사 출신의 조합원이 아파트에 무단으로 들어가 택배노조 시위와 관련한 호소문을 돌렸다. 이처럼 아파트 주민과 택배노동자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애초에 택배사와 시공사 측이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갖췄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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