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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단상
  • 편집국
  • 등록 2021-03-29 09:35:53
  • 수정 2021-03-29 09: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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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교육방송에서 6회에 걸쳐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특히 1부의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서는 한편으로는 놀랍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 놀랍지 않은 데이터가 몇 가지 다루어졌다. 놀라웠던 것은, ‘이만큼이나 심각하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낮은 문해력의 실태가 노골적으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리 놀랍지 않았던 것은, 문해력이 꽤 낮을 것 같다는 그동안의 짐작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교육방송의 이번 프로그램은 주목도가 꽤 높은 듯한데, 필자가 보기에 2021년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는 거의 모든 이가 문자를 식별하는[識字]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수많은 이들이 글을 이해하는[解文]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염려하고 있다. 이 자체는 고무적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공감하고 있으니, 책을 많이 읽고 특히 소리 내어 읽는 것 외에도 더 다양하고 많은 노력들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점을 함께 생각해 보았다. 특히 학생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방향 전환을 해도 괜찮은가 하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조금 다루어졌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성인 문해력의 편차를 심심찮게 느낀다. 필자 역시 글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고 심지어는 이해의 탈을 쓴 오해를 하기도 한다. 방송에서는 타게팅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사실 문해력의 불충분은 모두가 어느 정도씩은 안고 살아가는 문제이다.

  뭔가 많이 읽고, 소리 내어 읽고, 생각도 많이 해보는 등의 일이 교육방송에서 보여준 놀라운 수치가 사라지도록 하는 데에는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한가 하는 생각이 또 든다. 의식적이면서도 의례적인 노력을 거듭하면 원하는 수준의 문해력 증진이라는 결과가 !’하고 눈앞에 나타날까? 언제 나타날까? 한번 얻어진 문해력은 지속될 수 있을까? 우리가 저마다 기대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런 것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언어 능력을 말소리가 관여되는 말하기와 듣기, ‘문자가 관여되는 쓰기와 읽기로 나누어 볼 때 문해력은 읽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말소리를 의미와 대응시키는 청각 중심의 언어 능력은 문자를 의미와 대응시키는 시각 중심의 언어 능력과 사실 무관하다. 따로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말하기와 듣기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는 판에 쓰기와 읽기까지 잘 하기를 요구받는다. 어려운 일을 대한민국 사회는 당연시하고 있다.

  물론 다 잘 하면 좋다. 누구나 그러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취에는 오랜 동안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기억하면 좋겠다. 언어를 사용하는 종합적인 능력은 특히나 어느 하나만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현재 사람들의 문해력이 낮고 꽤 걱정스러운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 문제적으로만 보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게으르고 무관심해서 능력 계발을 등한시했거나 일부러 문해력을 높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일평생 실수투성이로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개선을 필요로 하는 일상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이 자주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나아져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노력 여하에 따라 그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비근한 예로 다이어트가 떠올랐다. 물론 비만도 문해력도 개인적 사안임과 동시에 사회적 현상이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은 물론 필요하고도 중요하겠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글에 많이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성별, 연령, 직업 등을 불문하고 손안의 휴대폰으로 접하는 세계 속에서 대부분 문자로 소통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면서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많은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혹은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간단하고 쉽고 편한 것만 찾은 결과일 것이다. 수고스럽고 번거롭고 시간이 드는 노력의 보상과 그 가치를 생각해 봄직하다.



                                                                                                     국어국문학과 도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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