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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획] 본교의 최초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 교수
  • 조승화
  • 등록 2021-03-29 09: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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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5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본교로 돌아오다
지난 2017년 7월 22일부터 작년 12월 23일까지 만 3년 5개월 동안 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을 재임한 박능후 교수가 장관직을 마친 후 본교의 사회복지전공 교수로 돌아왔다. 이에 본지는 인터뷰를 통해 재임 기간 동안의 이야기, 교수로 복귀한 소감 등에 대해 들어 봤다.



Q.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관으로 부임하신 이후 3년 5개월 만에 본교로 돌아오시게 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다시금 느꼈다. 공직생활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작은 말과 행동도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늘 조심스러웠다. 반면 대학은 자유롭고 자기 범위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열심히 한다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Q. 3월부터 강의를 하고 계신데,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계시나요?


 교양과목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 복지’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사회 복지의 개념을 조금 쉽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대 학원에서는 ‘사회복지 정책론’을 가르치고 있다. 교과서의 학문적인 이론뿐만 아니라 복지부 장관의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한다. 학생들도 상당 히 흥미로워하고 있다. 나 역시도 예전에 ‘사회복지 정책론’을 가르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Q.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강의 중심으로 학사 운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느낌과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여기시는가?


 비대면 강의를 위해서는 강의 내용 준비뿐만 아니라 줌(Zoom)과 같은 온 라인 강의 기술 활용에 익숙해져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과 대면으로 만났을 때에는 다양한 고민도 듣고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 데 비대면으로는 이런 것들이 안 된다는 점이다. 대학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 히 지식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과 교수가 직접 대면하면서 많은 교 류를 해야 한다. 그래서 비록 비대면으로 학생들을 만나지만, 가능한 질문도 많이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전 세계가 펜데믹 시대로 접어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단기적으로는 빨리 백신을 보급해서 코로나 19를 안정시켜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로나 19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따져 봐야 한다. 환경이 파괴되고 자연 순환의 사이클이 망가졌기 때문에 코로나 19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의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고 기후 변화나 환경 파괴 같은 근 본적인 문제를 대처하지 않으면 코로나 19와 같은 팬데믹은 수시로 일어날 수 있고 인간의 삶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단계적인 대책, 백신 개발이나 의학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환경과 지구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서둘러야 한다.


Q. 복지부 장관이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의 1차장으로서 국민들을 코로나 19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서도 해외에 있는 교민들이나 언론들이 K-방역으로 우리나라를 높게 평가를 하고 있다. 단순히 감염병 예방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들 전체의 일상을 지키는 부분에서 좋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매일 전 부처를 총괄하는 회의를 했다. 이런 팬데믹이라는 것을 처음 맞이해 봤고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 부처가 다 움직여야 했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끊임없는 소통과 정확한 지시, 그리고 확인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화상 회의를 진행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몇 단계로 내리고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논의했다.


Q.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백신 확보가 늦었다고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어느 국가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중 에서 20-30개 국가들을 백신을 빨리 확보했으나 다른 170개 이상의 국가들은 백신 확보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졌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몇몇 선진 국가들은 백신을 개발한 국가들이기에 백신 확보가 수월했고, 우리나라 또한 올 연말이면 자체 개발한 백신이 나올 예정이다. 화이자 등과의 백신 계약이 늦어진 것은 계약 조건 때문이었다. 백신 개발사의 요구대로 막연하게 계약하고 돈을 건네면 안 되기 때문이다.


Q. 아스트라제네카 등 일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이를 이용한 가짜뉴스도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고 지금 나오는 부작용은 통상적인 범위 내에 머문다. 화이자나 모

더나 같은 RNA 백신은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부작용이 없어 보여도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비교적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가깝기 때문에 최근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은 대부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머무르는 것이다. 다만 과학적으로 사전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특이체질이 반드시 있다. 그 특이체질이 있는 사람은 백만 명 중 한 명일 수도 있고 이는 백신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백신이든 부작용은 불가피한 것이기에 그 부작용을 가능한 최소화하는데 노력할 뿐이다.


Q. 복지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무엇이고, 힘들고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는가?


 매일매일 보람과 어려움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보람 있었던 것은 MRI검사를 의료보험에 포함시킨 것이다. 한번은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 는 일산 병원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찾아간 적 있다. 그곳에서 MRI 촬영을 기다리는 노인 몇 분께서 대통령이 온 걸 보고 다가와서 손을 잡 고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분들은 MRI에 대한 용어도 모르셨고 그전까지는 검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촬영할 생각도 못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기존에는 보험 적용이 안 되던 것이 적용되면서 비용 부담이 줄어 오랜 지병에 대해 검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책을 잘 마련하면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이 가고 수혜자들은 사회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반면 선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정책을 입안했지만 이유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비판을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럴 때에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하고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결과를 보면 알겠지’라는 마음으로 버티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물론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 진들도 많이 어려워했다. 마음이 상당히 안쓰러웠다. 다만 이 시기를 좀 견디다 보면 ‘우리의 의도를 모두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티곤 했다.


Q. 복지부 장관 취임 당시, 포용적 복지 국가 실현을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포용이란 소외 계층이나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들을 적극적으로 안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정책 수립자들의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축으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정부에 하소연해올 때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한 예로 장관에 부임하자마자 장애인들이 4년째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는 장소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해결했다.


Q. 고위 행정가로서 실무경험을 쌓은 뒤 학교로 돌아오게 됐는데, 이와 연관해 특별히 세운 교육 목표와 목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혹은 계획이 있는지 듣고 싶다


 어떤 사업이 추진되고 운영되려면 각각의 단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해줘야 한다. 리더가 최고의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중간단계, 그 아래에서 힘을 모아 협력할 때 성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구성원 모두가 잠재력이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가 개방적이어야 하고, 상호 격려해주며 지원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다.


Q. 코로나 19로 대학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많이 끊겼다. 앞으로 대학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감염병 예방을 위한 비대면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사람들의 대면 접촉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졌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절히 연구해야 한다. 무작정 공포심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만나지 않기보단 마스크를 철저하게 쓴다든지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팬데믹에서의 비대면 강의나 비대면 접촉은 향후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본교의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을 한다면


 학교의 풍경은 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기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구성원들을 만나보면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코로나 19가 위기감을 고양시키는 역할도 했겠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또한 구성원들 사이에 분열돼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흔히 말하듯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방역 과정에서 국격을 높이고 우리 국민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들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 구성원들도 현재 어떤 불안과 불만이 있는지 함께 상의하면서 개선책을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의사소통과 화합단결이 필요하다. 더불어 우리의 지향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4년 대학생활 목표 △교수들의 연구와 강의 목표 △공동체로서의 학교 목표가 확고하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을 모아서 같이 성장할 수 있다. 본교 구성원들은 충분한 자질과 능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딛고 밝은 미래를 향해 도약해야 한다.


글·사진 정아윤 기자│aryung@kyonggi.ac.kr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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