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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출판표준계약서를 둘러싼 의견차이
  • 백민정
  • 등록 2021-03-15 11: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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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합의점 찾기
저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갖는 권리인 저작권.
각종 콘텐츠들은 모두 저작권법 등 관련 법의 보호를 받게 돼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발표한‘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를 두고
출판계와 저작권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본지에서는‘출판표준계약서’에 대해 알아봤다.


구름빵 사건


2004년 출간된 동화 <구름빵>에는 논쟁, 사건 등의 꼬리표가 붙었다. 저자인 백희나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기 때문이다. 구름빵은 세계 최대 아동문학상인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으며 전세계로 수출돼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뮤지컬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으로 제작됐으나 백희나 작가는 제대로 된 수익을 얻지 못했다. 구름빵 출간 당시 출판사인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등에 일체의 권리를 양도하도록 한 계약서 조항 때문이다. ‘저작물 개발 용역’ 계약인 이 조항은 원칙적으로 작가가 회사의 용역에 따라 작품을 생산하며 저작재산권을 회사에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회사가 작품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신인 작가들은 위험부담 없이 출판할 수 있지만 저작재산권이 회사에 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합의점을 찾아서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표준계약서’다. 표준계약서는 특정 거래의 표준적인 거래조건을 담고 있는 계약서를 말한다. 거래의 기준이 되는 표준인데 권유사항일 뿐 강제성은 띠지 않는다.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서 7종의 표준계약서를 제정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판협회)와 출판계 주요 단체는 지난 1월 15일 출판저작권법 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발표식을 열고 출판업계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를 새로 발표했다. 출판계가 의견을 모아 통합 표준계약서를 제정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하지만 출판협회의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에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통합 표준계약서 상의 ‘출판권의 존속기간’ 계약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놓은 것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비판했다. 또, 2차 저작권을 출판사에 위임하는 조항도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표준계약서가 이슈화되자 문체부는 지난달 22일, 공정한 출판 분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변화된 업계 환경을 반영한 10종의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안을 내놓았다. 문체부에서 다시 발표한 정부 표준계약서의 계약기간은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합의를 권장하는 공란으로 남아있으며, 2차 저작물 작성권이 저작권자에게 있음이 명시됐다. 해당 표준계약서 마련 과정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등 10개 단체 관계자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합의했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출판협회는 문체부가 고시한 표준계약서 내용에 동의·수용한 바가 없다는 성명문을 게시했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라


출판사와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 출판문화산업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올바른 저작물 계약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대립하고 있는 두 집단의 소통과 협의가 필요하다. 한편 출판협회는 문체부의 표준계약서에 대해 민간의 자유로운 계약 체결 과정에 공공기관의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출판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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