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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민주화 운동 역사의 시작, 김주열 열사
  • 조승화
  • 등록 2021-03-15 11: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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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희생에서 시작된 민주화를 위한 투쟁
61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흑역사 중 하나인 3.15 부정선거가 발생한 날이다. 헌법 제1조에 민주공화국임이 명시된 국가에서, 대통령이 헌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독재를 이어가자 전 국민은 하나가 돼 이를 저지했다. 그 시작에는 故 김주열 열사가 있었는데 본지는 민주화 운동 27년 역사의 시발점인 김주열 열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3.15 부정선거 이전의 김주열


 김주열 열사는 1943년 전라 북도 남원군 금지면 옹정리에 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고 본명은 김영용이다. 어린 시절 부유한 집안에서 어렵지 않게 성장했는데 차분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영웅전을 즐겨 읽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좀 더 성장해서는 용지국민학교와 남원 금지중학교를 졸업했고 재수를 하던 중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집안이 기울자 친한 형의 권유로 은행원이 되기 위해 마산상업고등학교 입학을 선택했다.


 이 시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국가였다. 1948년 대한민국의 첫 번째 대통령이 된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은 종신 집권을 위해 온갖 반민주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 더불어 정치깡패와 서북청년회 같은 조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반대 세력과 시민들을 억압하기까지 했다.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부르짖던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독재를 펼치는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김주열은 성장해나갔다.


잠시 피고 저버린 꽃 한 송이


 김주열이 마산상업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1960년은 제 4대 대통령 선거와 제5대 부통령 선거가 있던 해였다.1) 당시 집권당이었던 자유당 정권은 영구집권을 위해 최인규 내무부장관 등의 주도로 부정선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 투표일인 3 월 15일, △개표 조작 △투표함 바꿔치기 △야당 참관인 쫓아내기 등과 같은 온갖 수법들이 동원돼 이승만이 100%, 이기붕이 79.19%라는 비정상적인 투표율을 기록하며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됐다.


 이러한 촌극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선거 당일부터 광주와 마산 등 전국 곳곳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개됐는데 특히 마산에서는 민주당원들에 의해 부정선거가 사실로 드러나자 약 3,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경찰과 충돌했다. 당시 마산에 머물고 있던 김주열 역시 형 김광열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가 실종됐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4월 11일, 마산 신포동 앞바다에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사망한 시체 한 구가 떠오른다. 검안 결과, 시체는 김주열의 것으로 확인됐고 건물 벽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후 경찰에 의해 바다에 버려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이로부터 27년 후, 이한열 열사 역시 시위 도중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사망해 6월 민주 항쟁의 도화선이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다.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민주화 운동의 역사


 김주열의 죽음이 알려지자, 정부와 경찰의 유혈진압에 저지 당했던 마산 시민의 분노는 재차 폭발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데 이것이 4.19 혁명이다. 혁명의 결과, 4월 26일 이승만과 이기붕이 하야를 발표하면서 김주열의 죽음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으로 평가받게 됐다. 이후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 등의 투쟁이 활발히 전개돼 마침내 김주열의 죽음으로부터 27년이 지나 완전한 민주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김주열에 대한 추념은 활발히 진행돼왔다. 묘소는 △고향인 남원 △마산 3.15 민주 묘지 △서울 4.19 민주 묘지 3곳에 마련됐고 1995년 마산상업고등학교에서는 그에게 명예 졸업장을 추서했다. 그리고 1999년과 2001년에는 각각 추모사업회와 기념관이 설립돼 그의 희생을 기리고 있다.


1) 대통령 당선인 이승만이 사퇴하고 부통령 당선인 이기붕이 사망하면서 정식 선거로 인정되지 않고 재선거를 실시함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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