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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다
  • 강신재 기자
  • 등록 2021-03-15 11: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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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이며 동기부여를 위한 유튜브 동영상이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을 정도다. 계획형 인간이 아닌 기자도 계획을 짠 후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플래너도 써보고, 계획을 어기면 친구들과 내기를 해 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은 늘 힘들었다. 계획을 실천하려고 할 때 변수가 생기면 그날 계획한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어차피 계획을 세워도 지키지도 않는데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어떤 일을 해도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니 아무 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마음에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꼭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옳은 길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으나 계획대로만 간다면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마다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또한 이로 인해 융통성이 없다는 타박을 듣거나 자기만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무계획이 필요하다. 치밀하고 완벽하게 세웠다고 생각했던 계획들도 허점 앞에 무너지며 무계획, 즉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에 ‘완벽한 계획’이라는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기자 또한 신문사에 들어와서 이러한 경험을 했다. 인터뷰 시간에 맞춰 기사를 작성할 시간을 만들고, 남는 시간에 과제를 하면 되겠다는 계획을 짰지만, 예상치 못한 다른 과제가 생겨 글을 계속 써야만 했다. 이번 학기 개강호의 조판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조판이 비대면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조판이 대면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도 부모님께서이런 것도 다 경험이라며 다녀오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힘을 가지고 조판에 무사히 참여할 수 있었다.


좋은 계획을 갖고, 그 계획을 밀고 나갈 의지가 있다면 실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조그마한 변수가 생겨 틀어졌을 때 좌절보다는 그날 계획한 부분을 다 하지 못하더라도 잠깐 돌아가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과제가 갑자기 생겨 계속 글을 써야만 했던 것도, 예상치 못한 조판에 참여하는 것도 원래 기자 본인의 계획에는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는 나의 장기적인 한 학기 계획에 있던 일이다. 이로 인해 천천히, 내 속도대로 나아가다보면 그 경험이 밑거름이 돼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걸 깨닫게 되면서 기자도 한 뼘 성장하게 됐다.


강신재 기자│sinjai1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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