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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모두가 분노한 하버드대 교수의 무지
  • 강신재 기자
  • 등록 2021-03-15 11: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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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왜곡 논란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발표해 여러 나라에서 논란이 됐다. 해당 논문에 대해 각계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램지어 교수의 사과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이에 본지에서는 해당 논문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위안부=성매매?


일본군 위안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욕 해결을 위해 일본군 위안소에 취업 사기·안신매매 등으로 강제 징집당해 성노예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전쟁에서의 성계약’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업자와 계약해 성매매를 한 여성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일본군은 성병 예방 등을 위해 군에 위안소를 설치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허가된 성매매 사업의 일환으로 성매매 여성으로 구성된 위안부를 모집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그는 ‘성매매 여성들이 전쟁터로 가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을 크게 느껴 짧은 기간으로 계약하는 것을 선호했고, 업자는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 어느 정도 이상의 돈을 받으면 일찍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사기에 의한 모집이 많았을 뿐’이라며 ‘한국인이 일본 정부와 아무 관계가 없는 매춘업자와 직접 계약해 성매매를 하러 갔으니 위안부를 강제로 데려가지 않은 일본 정부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다.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 뿐만 아니라 간토 대지진 학살 정당화 논문도 발표한 바 있으며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됐다. 램지어 교수의 하버드대 로스쿨에서의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였다.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아 임용된 것이다. 또한 지난 2018년 일본학에 대한 공헌과 일본 문화 홍보를 이유로 일본 정부 훈장 ‘욱일장’을 수상했다. 이러한 일본과의 우호적인 관계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담은 논문을 쓴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각계의 대응은 어땠을까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논문을 즉각 반박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을 규탄하면서 일본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도록 국제사법재판소에 위안부 문제를 제소하자며 호소했다. 이곳에서 위안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회복하자는 것이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또한 지난 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안을 논의하는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램지어 교수처럼 연구자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한 논문이 발표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왜곡과 명예 훼손 시도가 지속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우리의 독립에 힘쓴 안창호 선생의 손자도 하버드대에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역사 자료 기증을 두고 협상 중이었다. 하지만 하버드 총장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학문의 자유”라는 입장을 발표하자 협의 중단의 뜻을 전했다.


논문 비판 그 이후


한편, 램지어 교수의 해당 논문을 출간할 예정이었던 학술지는 출간 일정을 미뤘다. 이번 달 말 램지어 교수로부터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였다는 증거 자료를 첨부한 답변이 올 때까지 논문 출판본의 인쇄를 늦추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아예 출간 목록에서 삭제해야 한다는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이 쓴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도 동료 교수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교수들이 램지어의 주장을 옹호해 파문이 일었다.

위안부 강제동원은 명백한 사실이다. 1993년 고노 일본 관방장관의 담화(고노 담화)에서는 위안부 모집에는 옛 일본군이 관여한 것이 맞으며, 위안소 내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에 참혹한 것이었음을 인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장관조차 인정했던 사실인 만큼 일본과 그 추종자들이 더 이상의 왜곡을 멈추고 지난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

강신재 기자│sinjai1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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