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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 독재자는 정말 후회했을까?
  • 강신재 기자
  • 등록 2021-03-02 08: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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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보이는 대통령 집무실 안. 군복을 입은 노인은 어린 후계자에게 권력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기 위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전화의 내용은 전 도시에 불을 껐다가 다시 불을 밝히라는 것이었다. 손자가 전화로 다시 도시의 모든 빛을 끄자 총소리가 들리며 혁명이 시작된다. 대통령의 다른 가족들은 성난 시위대를 피해 해외 순방 명목으로 도피하지만, 대통령과 손자는 오직 둘이서만 혁명 세력을 피해 도망치게 된다.

독재자인 대통령은 시위대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가난한 이발사를 협박한다. 그러면서 이발사의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세금을 내지 않는 뻔뻔한 종자라고 손가락질한다. 이는 아직까지도 대통령이 권위 의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후 대통령은 군인들이 3개월 치 봉급도 받지 못했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지품을 모두 강탈하고 여자를 강간한 후 살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또한 자신이 감옥에 넣은 정치범들의 비참한 삶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된다. 대통령은 자신의 독재정치 아래 부패한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지만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후회한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오직 표정으로만 보여줄 뿐이다.


노인이 저지른 일은 분명 끔찍하다. 그는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탄압했다. 대통령의 표정은 시위대를 피해 떠나는 여정에서 분명 변한다. 사람들에게 붙잡혔을 때 반항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끝까지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반항해봤자 어차피 죽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들은 대통령을 붙잡고 바로 처단하고자 한다. 그가 정말 사람들의 손에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법의 심판을 받게 해 감옥에서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며 살아가도록 만들었다면, 자신이 저질렀던 만행을 매 순간 되새기며 더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불과 4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독재 체제였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독재는 낯설지 않은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독재자들은 자신이 탄압했던 사람들에게 속죄할 기회조차 없이 암살당했거나, 살아남아 감옥에 갔어도 사면돼 추징금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또한, 과연 그들에게 사람들을 살육하고 억압했던 과거에 대한 후회가 있었는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왜 대통령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졌는지, 왜 사람들이 분노했는지 영원히 깨닫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독재자들이, 이 독재자들을 현재도 추종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신재 기자│sinjai1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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