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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딥페이크와 알페스, 무엇이 문제일까?
  • 강신재 기자
  • 등록 2021-03-02 0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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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손에 달린 정의
최근 ‘딥페이크 기술’과 ‘알페스’가 화두에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알페스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같은 달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법 딥페이크 영상 이용자들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본지는 딥페이크와 알페스에 대해 다뤄봤다.


동전의 양면성을 지닌 딥페이크 기술


본래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의 심층 학습을 이용해 인물의 특정 부위를 다른 인물의 몸에 합성하는 영상 편집물기술이다. 하지만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음란물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딥페이크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됐다. 지난 2019년 진행된 네덜란드 AI 기업 센시티의 조사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의 96%는 음란물이었으며 딥페이크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의 1/4은 한국의 여자 연예인이었다. 심지어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딥페이크 성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악용된 탓에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순기능도 존재한다. 작년 6월 미국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체체니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성소수자를 탄압하는 러시아 정부에 맞서 출연한 인권 운동가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했다. 이와 더불어 세상을 떠난 가수나 배우를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해 사람들에게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악용 가능성 때문에 딥페이크 기술이 오용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하는 것이다.


범죄와 창작물의 사이에서


알페스란 RPS(Real Person Slash)를 한국어로 발음한 것의 줄임말이다. 실존 인물들을 애정 관계로 만들어 2차로 창작한 작품인데, 보통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같은 멤버들끼리의 동성애를 묘사한다. 이는 아이돌과 팬덤 문화가 형성되면서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대상으로 창작한 소설인 ‘팬픽’에서 유래됐다. 국민청원에서 알페스를 문제 삼은 이유는 일부에서 성적인 묘사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허구의 인물이면 창작의 영역이기 때문에 문제 삼기 어렵지만,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성적 모욕감을 줘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일명 ‘알페스 처벌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사람의 △얼굴 △신체 △음성을 대상으로 하며 대상자의 의사에 다르게 성적 욕망, 수치심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편집한 영상물만을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하 의원의 알페스 처벌법은 이 대상에 글, 그림을 포함해 처벌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1월 15일 한 방송사 라디오에 출연해 하 의원이 주장한 알페스가 제2의 N번방 사태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의사를 전했다. 알페스는 n번방 사태처럼 한 공간에 모여 착취물을 공유하고 소비하는 문화가 아니라 창작 활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포르노 수준의 묘사에서 분명 성적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실제 미성년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범죄와 창작활동인 팬픽션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예술과 외설의 한 끗 차이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됐던 주제다. 딥페이크 기술은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얼굴을 합성해 음란물에 활용하면 분명 범죄의 영역이지만 알페스의 경우 예술의 영역에서 벗어났을 때는 외설, 더 나아가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단순히 외설적인 표현만 썼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존 인물을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알페스의 처벌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강신재 기자│sinjai1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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