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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비(非)장애인의 특혜
  • 김수빈
  • 등록 2021-03-02 08: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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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0일 서울장애인차별철페연대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며 4호선 역 4곳에서 휠체어를 타고 승하차를 반복한 ‘지하철 타기’ 직접 행동이 있었다. 설 전날 진행된 시위에 사람들은 예약해둔 기차를 타지 못할까 우려했고, 일부 여론은 ‘장애인이 벼슬이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냐’며 오히려 장애인들의 행동을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시위를 통해 바라던 개선은 과거 서울시가 약속했던 시내 저상버스 도입, 지하철 1역사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등이다.


 시위의 영향으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자 열차 내 방송과 서울 교통공사 공식 SNS에서는 이를 ‘장애인 연대의 시위 때문에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마치 지하철 운행의 원인이 ‘장애인이 지하철을 탔기 때문’인 것처럼 여겨지게 한다. 그들은 단순히 휠체어로 지하철을 탔을 뿐인데, 왜 지하철의 운행이 지연됐을까? 애초에 승객 대상에 장애인을 고려해 휠체어로도 비장애인과 같이 탑승과 하차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면, 시위는 물론이고 교통 지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열차 지연의 원인은 장애인들의 직접 행동이 아닌, 현재 우리나라의 부실한 교통제도 탓이다.


 장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비(非)장애인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직 장애인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언제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의 사람들은 장애가 개인의 잘못처럼 치부하고 그들의 끝없는 배려와 양해만을 바란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불편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도 비장애인이 누리고 있는 사회의 모든 것들을 동등하게 누릴 가치가 있으며 장애인 혹은 그 가족에게만 불편함을 감당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비장애인인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 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비장애인만이 누리고 있는 특혜가 아닐까. 앞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에 질타보다는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글·사진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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