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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드파더스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 김수빈
  • 등록 2021-03-02 08: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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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들의 든든한 바람막이, 구본창 대표와 만나다



Q.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린다


 배드파더스는 지난 2018년 7월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다. 현재 우리나라에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피해 아동이 100만 명 정도 있다. 그동안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여성단체에 근무하던 분들과 양육비 이행 관리원(이하 이행 관리원)에 근무하던 분들이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은 신상공개뿐이라고 생각해 익명으로 배드파더스를 만들게 됐다. 나는 현재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배드파더스에서는 여전히 미지급자들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특정 사례를 공유하고 미지급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해결을 위한 활동을 알리고 있다.


Q.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궁금하다


 미지급자 중 유명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있었다. 이 변호사의 월 수입은 약 8천만 원 정도로, 연봉이 10억 가까이 된다. 이분이 지급하기로 한 양육비는 월 500만 원이었으나, 이를 4년간 주지 않았다. 피해자는 남편이 고액 연봉을 받음에도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것이다. 또한 아이를 낳고 기르며 경력단절이 됐기 때문에 이혼 후에는 식당 알바밖에 할 수 없었다. 이후 피해자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제보하겠다고 통보했더니 남편이 바로 밀렸던 양육비 2억 4천만 원을 지급했다. 한국의 양육비 미지급률이 80%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주지 않아도 본인에게 아무런 법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의 양육비 관련법들이 그동안 휴짓조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Q. 배드파더스에서 신상공개 외에 피해자들을 어떻게 돕고 있는가


 피해자들을 현실적으로 도울 순 없다. 사이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드파더스가 세상에 공개되고 난 후, 배드파더스에 제보한 사람들끼리 모이기 시작했고, 양육비 해결 총 연합회(이하 양해연)라는 시민단체가 만들어졌다. 양해연에서 양육비 미지급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자 2년 가까이 시위를 하며 싸워왔다. 그리고 결국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통과됐으며, 개정된 법은 오는 6월과 7월부터 시행된다.


Q. 개정된 법안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충분하지 않다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동안은 양육비를 개인간의 문제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제재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가 나선다는 얘기로, 비교적 발전적이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들이 존재한다. 현재 미지급자를 처벌하려면 양육자가 이들을 상대로 소송해 감치 판결을 받아야 한다. 또한 감치 판결을 받고도 1년 동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미지급자가 위장전입을 하거나 잠적을 해버리면 소송 진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시송달1)로 재판을 진행 할 수 있다면 좋겠다.


Q. 명예훼손과 관련된 재판이 종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현재 헌법 재판소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나오고 나면 2심 재판을 다시 하게 될 것이다. 1차 국민 참여 재판에서는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한 신상 공개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인데, 정부에서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 공개를 진행하게 됐다. 그래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본교 학생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남녀가 만나서 헤어지는 것은 본인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아이를 갖게 되는 순간부터, 아이에 대한 양육은 의무가 된다.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본인들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남녀 어느 한쪽이 아닌, 둘 다에게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양육비 피해 아동이 백만이라는 것은 주변에도 충분히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혹시라도 주변에 양육비 피해자가 있다면 꼭 배드파더스에 제보 바란다.


 1) 민사 소송법에서 당사자의 주거 불명 등의 사유로 소송에 관한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에 일정 기간 게시함으로써 송달한 것과 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송달 방법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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