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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상적인 사회, 인간다운 사회
  • 한수림
  • 등록 2020-10-26 08: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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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는 마이클 샌델의 《The Case against Perfection》을 번역한 책이다.샌델은 유전공학 기술을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도한 불안이 만들어낸 인간의 욕망과 환상’이라고 한다. 또한 △키가 작지 않음에도 성장호르몬을 주입하는 일 △운동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일 △완벽한 아이를 위해 행해지는 우생학적 사건들 등의 사례를 들어 유전공학 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 책에서는 유전공학 기술 수용의 자발적 선택과 자발적 강화에 대해 언급한다. 이는 유전적 조작에 가당한 사람들뿐 아니라 이를 거부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따름을 의미한다. 현재의 과학 기술은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만큼 선택의 영역이 넓어졌다. 우리는 그만큼 선택의 책임도 무거워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불가 피하기에 용납됐던 차이들이 선택의 영역으로 전이되면서 각각의 선택에 따른 책임 역시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유전공학이 도래한 현실은 매우 이상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전자 조작으로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어떨까. 결국 모든 사람이 우수해졌지만 우수하지 않은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나며, 획일화된 사회가 될 것이다. 획일화된 사회는 △특정 사회를 지배적인 가치관으로 정복 △사회구성원들 에게 순응을 조장 △다양성과 창의성 박탈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은 개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인 소외와 같은 폭력을 행하게 될 것이다.

 유전학적 강화에 대한 나의 반론의 핵심은, 정복과 통제의 가치가 우연과 경외의 가치를 이런 식으 로 눌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촉구한 것은 삶이 다 자신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선물로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샌델은 선물로 주어진 삶을 ‘유전학적 완벽함’이 아닌 ‘인간에게 주어진 부족함도 귀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함’으 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며 수없이 좌절하고 실망한다. 그리고 노력과 경험을 통해 성취의 즐거움을 느끼며 끊임없이 노력한다. 실수를 의지와 노력으로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것이 삶의 과정인 것이다. 특정한 기준을 만들어 △옳고 그른 것 △우월하고 열등한 것 △개량해야 하는 것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생명을 경쟁이 아닌 선물로 본다면 유전공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유전적 강화가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다. 과도한 경쟁에 매몰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함께 성장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삶이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인간다운’ 사회가 아닐까.

한수림 기자│cottage78@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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