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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죽음의 비합리성에 대해서
  • 김수빈
  • 등록 2020-09-28 09: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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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뮈의 이전 작품인 ‘이방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맹목적인 삶과 부조리 한 죽음의 화해’다. 이에 대해 과거의 모든 시도는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 들었지만 카뮈는 문제를 인정함으로써 해결한다. 이 책을 통해 카뮈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맹목적인 삶과 부조리한 죽음’을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그것은 부조리다. 데카르트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의 지성과 닮은 것, 설명 될 수 있는 것을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삶의 시간은 설명되지가 않는다. 죽음의 부조리성이 삶의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삶의 불가해성은 우리로 하여금 세계와 자아의 분리를 경험하게 한다. 인간은 삶의 부조리 속에서 떨고 불안해하며, 영원에 대해 집착한다. 나는 카뮈가 평소 죽음과 종말에 대한 내 불안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삶의 시간이 하나의 논리적 체계로 통일될 수 없기 때문에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단일한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뮈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조리는 인간의 호소와 세계의 비합리적 침묵의 대면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카뮈는 ‘맹목적인 삶과 부조리한 죽음을 화해’시켰다기보다는, 삶과 죽음 전반에 깔려있는 부조리의 존재를 폭로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조리는 태어난 이상 마땅히 짊어져야 할 짐이다. 역설적이게도, 부조리에 반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시지프는 신의 징벌을 충실하게 실행함으로써 반항한다. 시지프의 숭고성은 힘들게 밀어올린 바위가 다시 굴러 내려갔을 때, 그 어떠한 희망도 없이 이를 다시 밀어 올리려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는 지점에 있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숨을 가라앉히고 다시 짐을 짊어지고 떠나는 모습이야말로 시지프라는 영웅의 탁월함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고민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생각하는 존재는 반드시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부조리에 대처하는 방법이 그를 그저 겪어내는 것이듯 겪어내면 되는 것이다. 시지프신화를 읽다보면 어느새 시지프가 데려다준 초월적이자 비극적 정신에 다다라 있을 것이다.

 

김규린 객원기자│hakbo7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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