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화]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차별의 인식
  • 김현빈
  • 등록 2020-09-15 09:24:08
  • 수정 2020-09-15 09:55:57
기사수정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이어 제이콥 블레이드, 데온 케이 등 흑인들의 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백인 경찰들의 과잉 진압은 여전하다. 흑인에 대한 막연한 증오와 적개심이 아직도 남아있는 현 상황은 과거 인종 분리 시대와 다를 바가 없다. ‘그린북이란 과거 흑인들이 여행할 때 사용 가능한 호텔이나 식당 등을 알려주는 녹색의 안내 책자를 뜻한다. 영화 그린북은 제목의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인종 갈등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다.

 

이탈리아 출신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와 저명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미국 남부 공연 여행을 다니며 인종 차별을 당하게 된다. 순회 공연을 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허물게 되고, 점차 우정을 쌓기 시작한다. 한편 셜리는 백인 지주들의 초청으로 공연을 하면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허름한 대기실을 사용하거나 외진 곳에 위치한 흑인 전용 화장실 사용을 사용해야 하는 등의 불편을 겪는다. 이때마다 그는 품위를 지킴과 동시에 차별에 항의함으로써 흑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결국 그에게 남부 순회 공연은 인종 차별 반대를 내포한 여행인 것이다. 이 영화는 위와 같은 장면들을 통해 누군가로부터 차별을 당할 때 셜리처럼 품위를 지키며 항의 표시를 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영화에서 공연을 주최한 남부 백인들은 셜리를 존경하면서도 인종 차별을 한다. 이때 그들의 행동은 단순히 셜리라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차별이 일상화되고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당연시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도 차별이 자연스레 일상이 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살색이다. 이 단어는 우리도 모르게 인간의 피부색을 하나로 규정한다. 이것이 문제가 돼 살구색으로 규정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살구색 대신 살색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차별은 증오나 무시 등 오직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외면할 때 자연스레 차별이 생활에 뿌리내리게 되고 이후 평범한 일상에서도 차별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영화 속 두 인물이 서로 공감하고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흑인 인종 차별이 대두되는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모습이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모두가 똑같고 소중한 인간임을 기억하자.

 

김현빈 기자hyeonbin2246@kgu.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