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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터]공룡이여, 책임의 알을 낳아라
  • 이건우
  • 등록 2020-04-26 23: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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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거의 투표율은 1992년 제 17대 총선거 이후 28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사전 투표율 역시 사전 투표가 처음 도입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 없이 국민들 대다수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높은 정치적 참여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의 시간 속에서 갖은 어려움을 겪어 왔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본인의 정치적 권리를 온전히 행사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문제는 높아진 국민 수준과 달리 정치계의 수준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거부터 새롭게 시행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당초 소수정당의 의석 확보율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였다. 즉, 이미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할 거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 확보 제한을 걸어두고, 각 소수 정당들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이러한 선거법 제도 개정에 정치계의 다양성을 회복하고, 여러 정치적 견해를 수용할 수 있는 국회를 구성함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대표적인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각각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고 소수정당 간의 싸움에 끼어들었다. 결국, 각각 17석, 19석을 확보해,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의 약 80%를 차지했다. 기존 법안의 수혜자가 돼야 했던 소수정당은 겨우 약 20%의 미미한 의석확보율을 나타냈다.

 거대 정당은 그 규모에 걸맞는 책임과 공정의 의무를 져야 한다. 이번 선거 사태에서 거대 양당이 보인 추태는 위선과 비겁함으로 점철돼 있었다. 무엇이 두려워 정치적 다양성을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익보다 당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어떻게 우리나라의 정치를 맡길 수 있을까. 앞으로의 국회 운영에 거대 정당의 정체성이 달려있다. 공룡의 알을 낳든가, 부끄러운 과거의 화석으로 남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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