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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後] 빛이 아스라이 멀 듯이
  • 백민정
  • 등록 2020-04-27 09: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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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터키와 핀란드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기자는 10일간의 모든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북쪽지역인 라플란드를 여행하며 오로라를 보기 위해 핀란드 국경 근처 황야지대까지 올라갔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자는 전문가들에게도 어렵다는 오로라 헌팅에 나섰다.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하나와 가족들의 의지가 전부인 무모하지만 엄청난 도전이었다. 북쪽을 향해, 빛 한 줄기 없는 황야를 달려가던 때는 모험에 대한 기대감인지 어둠에 대한 공포인지 모를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첫째 날에는 장시간 운전을 해 최북단으로 올라갔지만, 날씨가 흐린 탓에 실패를 맛봐야 했다. 다행히 다음 날, 꽁꽁 언 ‘이나리’ 호수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영하 20℃의 추위도 잊게 만드는 장관이었다. 눈 덮인 호수 위에 서서 고개를 들어 은빛 커튼을 본 순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오로라는 주로 △고위도 지방 △겨울 △밤 △맑은 날씨에 관측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여행객이 오로라를 관측하는 건 행운에 가깝다는 얘기가 있다. 오로라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까다로운 조건들로 인한 신비주의가 사람들이 오로라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눈으로 마주한 오로라는 이유를 불문하고 탄성을 내뱉게 되는 그 자체로 ‘경이’였다. 육안으로 본 오로라는 흔히 사진을 통해서 알던 에메랄드 빛보다는 녹색과 회색이 감도는 은빛이었고, 춤을 추듯 화려한 움직임보다는 자연의 신비에 집중하게 하는 작은 일렁임이었다. 그리고 오로라 사이에서 유난히 빛나던 북두칠성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기자와 가족들은 행운의 상징 아래에서 함께 앞날의 행복을 기도했다.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을 담았던 시인 윤동주처럼 기자는 머리 위에 뜬 북두칠성에 그날의 기억과 가족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북두칠성이 보이면 그때의 감동이 떠오른다. 기자가 본 오로라가 경이로웠던 이유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가족들과 공유하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담던 눈에 서로를 담는 순간을 만들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글·사진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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