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인터뷰] 사이버 세상에서도 안전할 권리가 있기에
  • 김수빈
  • 등록 2020-04-13 12:42:07
기사수정
  • 피해자를 위해 최전방에서 노력하는 사람들
본지에서는 사이버 공간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활동하는 여성단체이자 텔레그램 성 착취 공동대책위원회의 일원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신성연이 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한사성의 설립 목적과 주 활동은 무엇인가

 

 한사성은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인 사이버성폭력 피해 지원을 시작했다. 당사자가 피해 사실을 즉각 인지하기 어렵다는 사이버성폭력의 특성 탓에 피해경험자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한사성은 △영상 삭제 지원 △수사 지원 △법률 지원 △심리치료 지원주축으로 피해경험자들을 조력한다.

 

Q. 공동대책위원회의 설립 목적과 연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 내 성착취의 대상이 성인 여성은 물론 아동·청소년인 점으로 볼 때 성매매 구조와 매우 비슷하다. 또한 그동안 교정되지 않은 강간문화와 성차별주의, 가해자에게 온정적인 법과 제도 등이 빚어낸 문제라고 판단했으며 이에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이하 공대위)를 함께 꾸리게 됐다. 이는 지난 2월에 출범한 단체로, 반성폭력 운동에 매진해 온 단체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 129개의 성폭력상담소가 소속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도 공대위에 동참해 곳곳에서 피해지원이 이뤄지도록 함께하고 있다.

 

Q.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피해자들을 어떻게 돕고 있는가

 

 첫째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지난 2013년부터 성폭력 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조력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반의 성범죄 중에는 성폭력 범죄로 포섭되지 못해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자로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피해에 대한 이해 없이 ‘음란물’ 여부만 국가가 판단하고 최소한의 처분을 반복하는 모습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둘째, 텔레그램 등 성착취 피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성착취 피해자 본인 △가족 △주변인 등은 전국의 성폭력상담소와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상담 및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상담소는 모든 법적 단계에서 동행한다. 현재는 △법률 △의료 △심리적 지원 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성 착취 영상물을 삭제하는 지원 체계와도 연결된다.

 

  셋째,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포함한 디지털 기반 성 착취에 강력 대응할 수 있는 법 제·개정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더 이상 성착취 공모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성 착취가 가능한 토양을 해체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 제·개정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Q. n번방 사건 이전에도 불법촬영, 불법유출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현재 사건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이때까지 불법촬영과 불법 유출 범죄를 가볍게 여기고 가해자를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은 전례들이 이번 사건의 밑바탕이 됐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처벌 강화는 물론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이 사회에 통용되는 상식이 돼야 한다. 이제까지 많은 성폭력 사건에서 도리어 피해자들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껴왔지만 부끄러움과 수치심은 오로지 가해자의 것이 돼야 할 것이다.

 

Q. 이와 같은 사건들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성폭력 사건들을 바라볼 때는 성 인지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 성 인지 감수성은 ‘여성을 약자로서 배려’하거나 ‘중립적인’ 시선이 아니다. 이는 세상에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공고히 하는 사회적·문화적체계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피해자들이 겪는 피해를 분석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성 인지 감수성이 없는 사람에게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이 ‘개인의 일탈’, ‘철없는 20대 남성’ 등의 사건으로 보일 테고 그런 시각에서는 진정한 해결안을 내놓기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성적 괴롭힘을 짓궂은 장난 등으로 작게 해석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이버성폭력을 뿌리 뽑는 데는 일상의 힘이 필요하다. 내 주위의 일상에서 성폭력이 일어날 때 그것을 지적하고, 지적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 행동이다. 지금처럼 텔레그램 성 착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작은 문제라고 치부돼 온 문제를 꾸준히 지적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 사이버성폭력 근절까지 함께 가자.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