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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
  • 백민정
  • 등록 2020-04-13 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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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 톰 후퍼
  • 출연 : 에디 레드메인, 알리시아 비칸데르, 엠버 허드
  • 장르 : 드라마
기자의 한줄평 : 어떤 모습이든 나를 사랑할 수 있길

 

 


 세계 최초로 성 전환 수술을 받은 릴리 엘베의 이야기인 <데니쉬 걸>은 데이비드 에버쇼프의 실화 소설로, 이중 자아를 가진 에이나르를 통해 △진짜 본인을 찾아가는 과정 △성 정체성에 대한 방황 △서로에게 헌신하는 부부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에이나르와 게르다는 덴마크의 평범한 화가 부부다. 게르다는 작품 전시 일정이 다가오자 남편인 에이나르에게 모델을 부탁하고 그는 못이기는 척 스타킹과 드레스를 걸친다. 치맛자락 아래로 보이는 발목과 구두가 에이나르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또 다른 자아인 ‘릴리’를 만나게 된다.

 

 에이나르는 가상의 여성 ‘릴리’로 변장하는 것을 즐기게 되고 △말투 △행동 △표정까지 여성의 흉내를 냈다. 처음에는 장난이나 게임으로 취급하던 것이 점차 진지해지고 게르다는 그런 에이나르로부터 괴리감을 느낀다. 남성과 여성, 두 자아 속에서 길을 잃은 에이나르는 혼란스러워 한다. 그런 그에게 동성애자 산달이 접근하는데, 에이 나르는 산달이 자신을 릴리로 보고 다가온 것으로 착각하지만 그는 누가 봐도 여장을 한 에이나르였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본명을 부르는 산달을 밀쳐내며 눈물을 흘리는 에이나르는 진짜 릴리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전문의나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를 정신병자 취급하고, 게르다 또한 남편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정신과 치료를 권하지만 그럴수록 에이나르의 결심은 확고해진다. 성 전환 수술을 선택한 그는 릴리가 되어 행복한 삶을 살 미래를 그리며 기차에 오른다.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자아가 나타나는 것을 흔히 ‘이중자아’ 또는 ‘이중인격’이라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 성 정체성뿐만 아니라 이중자아의 충돌로 인한 혼돈과 1920년대의 사회적 성 역할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다. 만약 그 당시에 △화려한 드레스 △고운 화장 △우아한 동작 등이 ‘여성성’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면 에이나르가 성 전환 수술을 결심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그의 고민이 더욱 가슴 아프고 외롭게 느껴졌다. 기자는 한 번도 스스로의 성별에 의구심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에 에이나르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진짜 ‘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결국 에이나르를 응원하게 됐다.

 

 슬픔과 고통 속에 막을 내리는 <데니쉬 걸>, 앤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까지 그 여운이 계속된다. 거울을 들여다 보며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20년 이상,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함께한 나지만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가 다른 누구보다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과연 지금 마주하고 있는 나는 누구일까. 우리는 과연 삶에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가.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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