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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잠자고 있는 권리 위에서 만들어지는 권력
  • 전은지
  • 등록 2020-04-13 09: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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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과 11일 제 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본 선거는 오는 15일(수)에 시작되며 올해부터 선거일 기준 만 18세 이상의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더불어 본 선거부터는 새롭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이 정당득표율의 의석 50%로 연동해서 들어간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전체 300석 중 정당득표율 30%와 지역구 의원 36석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당은 300석의 30%인 90석에서 지역구 의원 의석 수를 제외한 54석의 50%인 27석을 다른 정당과 조정해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정당 지지율은 높지만 지역 기반이 낮았던 소수정당이 기존보다 유리하게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도의 취지만 본다면 소수정당이 힘을 얻음으로써 기존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변화할 수 있어 기존 정당 구조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이를 통해 여러 정책을 내세우는 당들 중 자신이 원하는 방향성과 일치하는 당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대신 피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총선에서는 실질적으로 소수정당보다 거대 양당의 의석확보를 늘리기 위한 꼼수로 사용되고 있다. 거대 양당인 여당과 미래통합당은 더 많은 의석수를 획득하기 위해 자당에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각각 위성정당을 만들어 유세에 나섰다. 실제 다수당인 A당의 국회의원은 선거 유세에서 “지역구 의원은 A당 후보로,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위성정당인) a당으로 투표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법안은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선거 이후로도 계속된다면 다수당은 위성 정당을 이용해 당의 크기를 키워나갈 것이고 소수당은 더더욱 국회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질 것이 다분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감사할 권리를 가진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이 원하는 법 제정은 미루고 자신이 속해있는 정당의 힘을 키우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이들의 권력은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주어진다. 우리가 행사하는 한 표는 본인과 뜻이 맞는 정당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기존의 당을 견제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 3년간의 국내 선거율은 60%를 밑돌고 있다. 선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책과 방향성을 가진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할 것인지, 자신의 권리를 버리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탄식할 것인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 

전은지 기자│juneoe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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