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 왜 일어날까?

 우리말로 기시감이라고 칭하는 ‘Déjà vu(이하 데자뷔)’는 심 리학자 에밀 부아라크가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이며 프랑스어 로 이미 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앨런 브라운의 ‘데자뷔 경 험에 대한 검토’라는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 의 인구가 이미 데자뷔를 경험해봤으며 살면서 90%의 확률로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데자뷔는 아직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원인에 관해서 명확히 밝혀지지 못한 현상 중 하나이다. 이를 설명하는 가설만 무려 40가지가 넘는데 그 중 정신과 학계에 서 가장 인정받고 있는 가설은 해마의 역할 오류 이론이다. 데 자뷔 현상이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데자뷔 현상의 정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 그 중에서도 측두엽과 해마는 기억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하고 있다. 특히 해마는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서술기억(장 기기억)을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그 주위를 둘러싼 비주의 피질 1) 과 함께 기억 형성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마 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비주의 피질만이 맡은 일을 수행한 다면 기억에는 없지만 연관성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 타나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 상황을 데자뷔의 원인이라고 주장 하고 있다.

내 얘기도 들어봐!

 위 가설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외 에도 흥미로운 가설들은 매우 많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 라톤의 환상 시간 가설은 “시간이란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우 리가 이미 경험한 것과 미래 경험할 것은 모두 뇌 속에 이미 들 어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데자뷔라는 현상을 부 정한다. 몇몇 양자 물리학자 및 천문학자들은 평행우주론을 기 반으로 데자뷔를 또 다른 우주 속 나와의 교차로 정의한다. 다 른 우주의 지구에서 동일의 ‘나’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어서 데자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중 처리 이론도 데자
뷔에 대한 가설 중 하나이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쟁반을 떨어 뜨리는 장면을 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웨이터가 접시를 떨어 뜨리게 되면 그 순간 우리의 뇌는 많은 양의 자료를 처리하게 된다. △도와달라는 웨이터의 몸짓 △음식의 맛있는 냄새 △당 황한 그의 말투 등 정보들은 한순간에 뇌로 도착한다. 이중처 리 이론은 이 많은 정보 중 한 가지라도 도착 시간이 늦어진다 면 데자뷔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가설은 신경 과학부 교수인 아키라 오코너의 가설이다. 그는 공통주제 실험을 통해 데자뷔를 증명했다.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밤 △꿈 △베개 △이불 등 공통주제로 연결된 단어 목록을 제공한 다음 실험 후 들은 단어에 대해 다시 묻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3분의 2가 넘는 학생들은 잠자기라는 단어를 들었다 고 말하며, 나머지 학생들은 잠자기라는 단어는 들은 적 없지 만 ‘ㅈ’이 들어간 단어를 들었다고 했다. 오코너는 이를 통해 기 억과 감각들을 통해 연관성을 느낄 때 데자뷔를 경험한다고 주 장한다.

경험하고 싶지만 위험해

 데자뷔에 흥미를 느끼며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잦은 데자뷔 경험은 오히려 정신적 질환을 일으 킨다. 정신과 의사 패트릭 챠벨에 따르면 “잦은 데자뷔는 스트 레스 때문에 일어나며 때때로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는 간질의 징후가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심각한 데자 뷔 현상을 겪고 있다. 보통 우리가 경험하는 데자뷔는 지속 시 간이 30초를 넘어가지 않지만 그는 3분이 넘게 증상이 계속된 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데 ‘이미 병원에 찾아갔었던 느낌이 들어서였다’는 에피소드가 존 재한다.

김은종 기자│kej8328@kgu.ac.kr

1) 해마를 둘러싼 피질로 기억과의 연관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