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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6,500만 년 전의 공룡이 치킨으로
  • 조승화
  • 등록 2020-03-16 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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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하지 않고 우리와 공생 중인 공룡들
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와 일상을 함께 보내고 있는 공룡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공룡은 주로 거대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파충류 생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다큐멘터리가 아닌 대중매체에서 공룡 캐릭터들은 대체로 아주 강력한 생명체로 묘사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특징과 함께 파충류라는 이유로 모든 공룡을 변온동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해당 인식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한때 학계에도 널리 퍼져있었지만 이를 반증하는 사례가 등장하게 된다.

 

 벨로키랍토르 같은 공룡들이 바로 그 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벨로키랍토르는 브라키오사우루스나 티라노사우루스에 비하면 작은 몸집임에도 아주 빠르게 움직여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만약 벨로키랍토르가 크고 느린 변온동물이었다면 영화에서의 모습들은 허구가 된다. 벨로키랍토르 같은 공룡들은 비교적 작고 빠른 정온동물이기 때문에 기존의 공룡에 대한 인식은 점차 부정됐다. 동시에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징들로 인해 새가 공룡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주장은 1861년 독일에서 발굴된 한 화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화석은 작은 육식공룡의 것이었지만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화석에서 발견된 깃털 자국이었다. 화석의 주인은 시조새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아르카이옵테릭스인데 깃털 외에도 수각류1) 공룡과 현생 조류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 당시에 새의 조상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이를 바탕으로 새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고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로, 그는 조류와 더 가까운 생물로 여겨지던 아르카이옵테릭스가 공룡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설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했다는 주장은 비슷한 시기에 제기된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후 헉슬리에게 동조하는 학자들이 늘어 공룡과 새의 관계는 학계에서 뜨거운 화두로 등극했다.

 

 

 아르카이옵테릭스의 발견 이후 곳곳에서 깃털이 달린 수각류 공룡의 화석이 많이 발견됐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가 공룡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은 더 힘을 얻었다. 여기에 공룡들의 깃털이 비늘과 깃털의 중간 정도에 속하는 구조라는 사실들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했고 1996년 시노사우롭테릭스의 발굴 이후 깃털 공룡이라는 가설은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받게 된다. 이후 오스트롬이 드로마에오사 우루스류 공룡들과 새의 유사성을 해부학적으로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공룡이 새의 조상임을 증명하는 연구들이 연이어 발표 됐다. 그 결과 고생물학계에서 현생 조류가 K-Pg 2) 에서 살아남은 수각류 공룡임을 정설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수각류 공룡과 새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둘 사이의 연결고리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 연결고리에는 △이족 및 직립보행 △가운데 3개의 발가락으로 걷기 △앞발의 형태 등 오 늘날 새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공룡과 새의 관계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이러한 공통점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고생물학계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 했다. 새와 공통점이 있는 공룡의 영향을 받아 파충류와 조류가 유전적 관련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석형류라는 새로운 분류군으로 묶였다. 또한 최근에는 수각류 공룡을 파충류와 조류를 적절히 혼합한 모습의 복원도도 등장했다.

 

 이렇듯 6,500만 년 전에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공룡들 중 일부는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인정받기까지 약 2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결과들은 여러 가지 변화를 만들어냈다. 닭 같은 가금류부터 독수리 같은 맹금류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새들은 하늘의 지배자로 인정받는 동시에 과거 지구의 지배자로도 인정받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먹는 치킨은 시조새의 후손을 먹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이처럼 공룡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의 진화를 거쳐 여전히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1)  이족 보행을 하는 용반류 공룡

2)  약 6,500만 년 전에 발생한 대멸종으로 중생대와 신생대를 나누는 기준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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