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인터뷰] 최초의 트랜스젠더 독립 인권단체 ‘조각보’
  • 김수빈
  • 등록 2020-03-16 09:01:25
기사수정
  • 그 누구도 혐오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본지에서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지속가능한 삶과 안정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독립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와 이번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조각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는 한국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진행했던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됐다. 조각보가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보는 가치는 ‘트랜스젠더의 지속가능한 삶’이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삶은 단순히 수술을 잘 끝내고, 법적 성별정정을 마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권운동 또한 이 과정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이후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젠더와 다양성에 대해 복합적으로 문화 운동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Q. 이번 트랜스젠더 여성 여대 입학 사건에 대한 입장과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애초에 이번 이슈는 찬성·반대를 논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활동가들의 입장이다. 해당 트랜스젠더 학생은 남들과 똑같이 입시를 거쳐 정당하게 합격 통보를 받았으며, 법적 성별 변경을 마쳐 현재 법적으로는 여성인 상황이다. 따라서 입학을 제지할 어떠한 행정적, 법률적 근거도 없기에 숙명여대 측도 입학 허가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Q결국 해당 학생이 입학을 포기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의 트랜스 혐오가 어떤 수준까지 오게 됐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트랜스젠더. 특히 여성 공간 내의 트랜스 여성에 대한 혐오는 ‘트랜스 여성을 우리 공간에 받아들일 경우 트랜스 여성임을 자처하며 여성 공간을 침범하는 남성들이 생길 것이다’라는 관념적인 편견에 기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법적 성별 변경을 위한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나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생은 법적 성별 변경도 마쳤고 입학 과정에서의 문제도 없었다. 따라서 혐오에 대한 공포로 입학을 포기하게 된 상황은 소수자 혐오가 한 개인의 교육권을 침해한 것이다.

Q.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후 활동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사건에서는 여성 공간, 여성 안전에 대한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 범죄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기에 더더욱 필요한 것은 트랜스젠더가 포함된 반성폭력 담론이다. 반성폭력 담론 안에서 트랜스젠더의 자리를 함께 고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여성 공간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트랜스젠더 혐오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트랜스젠더와 공간’,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포함된 반성폭력 담론’을 주제로 <제 2회 젠더담론 컨퍼런스>를 준비할 예정이다.

Q.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과 신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각보를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 인권활동단체들은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하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제도화 △군형법 제 92조 6항과 같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독소규정들의 폐지 △성별 정정을 비롯해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1) 성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법률적 장치 외에도 공적 편의시설, 서비스 등의 공간들에서 위에서 언급한 제도들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 성소수자 혐오가 없고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 병행하는 문화와 그에 따른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본다.

Q.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트랜스젠더는 우리 사회에 계속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의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공존해나가는가는 당사자와 주변인들만의 고민으로 남아서는 안 되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이번의 이슈 들 또한 단발적이고 특이한 ‘사건’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마주할 구성원의 문제로서 함께 기억하고 고민해주길 바란다.

1)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에서 벗어난 것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