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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後] 익명성이라는 양날의 검
  • 조승화
  • 등록 2019-11-25 09: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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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실명제를 기억하는가. 인터넷 실명제는 이용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인증돼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이다. 2000년대 초반 익명성을 악용한 각종 사이버 범죄가 발생하면서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익명성 뒤에 숨어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자 지난 2006년 한시적 시행을 거쳐 다음해, 정보통신망법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SK 컴즈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고 표현의 자유 침해, 국민의 정치 참여 제한의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지난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사라졌다.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익명성이라는 가면 혹은 방패가 생김으로서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발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가능해져 표현의 자유가 증가할 수 있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인터넷에서 익명성의 힘을 빌려 털어놓거나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가면과 방패가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악성 댓글이다. 지난 2015년 한국 갤럽에서 진행한 인터넷 사용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51%의 응답자는 악성 댓글을, 14%의 응답자는 무기명에 의한 공격을 가장 심각한 사이버 폭력으로 꼽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설리뿐만 아니라 악성 댓글로 인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익명성의 뒤에 숨어 ‘타진요’ 사건 1) 같은 루머를 퍼뜨리거나 이에 편승해 마녀사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익명성으로 무장한 네티즌들은 타인을 비방하는 악성 댓글과 게시물을 생산하고 있을 것이다.

 

 평소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기자가 봐도 익명성은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양날의 검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끔 나오는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됐으면 고소당했을 사람이 태반이다’라는 농담은 인터넷에서 익명성의 역할과 익명성이 오늘날의 인터넷 문화의 발전에 기여했음을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이 남을 상처 입히기 위해서 쓰이는 순간 흉기가 된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지 않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인터넷에서의 병폐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가수 타블로의 학적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루머와 논란을 일으킨 사건

 

글·사진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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