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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 전은지
  • 등록 2019-11-25 09: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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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말에 바로 코끼리를 떠올렸을 당신에게
기자는 선배와 ‘어떤 단어 언급하지 않기’ 게임을 진행한 적이 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더욱 그 단어가 떠오르곤 했는데, 이처럼 무언가를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무심코 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기자는 이 현상에 대해 알아보던 중 ‘프레임 이론’에 대해 알게 됐다. 따라서 본지에서는 독자들과 함께 프레임 현상에 대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국내 정치를 다룬 기사에서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단어가 있다. 바로 ‘프레임’이다. 본래는 액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반대자 등을 대중으로부터 고립시켜 탄압하고 공격할 목적으로 사건 따위를 날조하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프레임 업’이 새로 생겼다. 이들은 서로 프레임을 씌워 상대를 무너트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일전에 화제가 됐던 로라 비커 기자의 기사 인용 문제 역시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일부 언론사에서 그녀가 작성한 기사를 인용하면서 일부 문장을 제외해 자신의 의도에 맞게끔 편집을 했고 결국 로라 비커가 “한국 언론은 제 기사를 공정하게 번역해달라”고 직접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같은 하나의 사건이라도 프레임을 적용한다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언어학과 교수인 조지 레이코가 ‘프레임 이론’을 제시하며 저술한 책의 이름이다. 사람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프레임 이론이란 전략적으로 짜인 프레임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프레임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를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는 저서에서 프레임 이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뇌로 생각한다. 여기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도록 뇌가 허락하는 것만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신경 구조의 가장 깊숙한 부분은 비교적 고정돼 있다. 이 부분은 즉각 바뀌거나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부분의 활동과 그 영향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 뇌가 하는 일의 98%는 의식 수준 밑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우리는 뇌 안의 무엇이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신념을 결정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당 부분 무의식적인 신념을 근거로 행동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아주 잘 짜인 프레임을 제시한다면,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반박하는 것은 본인의 주관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프레임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우리 역시 살며 많은 프레임을 접하고 이를 자신의 주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레임의 문제는 결코 정치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하는데, 회사 내의 승진 경쟁이나 언론이 가짜뉴스로 독자들의 의견을 현혹시키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내용이 아주 설득력 있는 내용이라면 독자는 이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실제로 언론중재위원회의 ‘2019년 제 10차권고고소위원회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일간지 △주간지 △인터넷 신문 △방송 등의 매체에서 시정 권고를 받은 횟수는 1,219건으로 나타났다. 통계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오류가 언론 내에서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독자가 첫 기사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나중에 후속으로 나오는 정정 보도는 잘 기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의도적으로 오보를 내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은지 기자│juneoej@kgu.ac.kr

덧붙이는 글

언제까지 우리는 머릿속으로 코끼리만 떠올리고 있을 것인가. 이제는 사회에서 내세우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이다. 누군가 주입하는 프레임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견해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을 기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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