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학술] 공놀이가 과학으로
  • 조승화
  • 등록 2019-10-21 08:52:24
기사수정
  • 통계학을 만난 야구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은 ‘세이버메트릭스’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전문가들만이 다뤘던 세이버메트릭스는 현재, 일반 팬들에게도 익숙한 개념이다. 본지는 야구를 좀 더 깊게 볼 수 있는 돋보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이버메트릭스란, 수학적·통계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야구를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SABRmetrics(측정)의 합성어이며,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인 빌 제임스가 창시한 SABR(The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라는 모임을 중심으로 정립됐다. 세이버메트릭스의 기반이 되는 학문은 1950년대 초부터 각광받았다. 1954 잡지에 브랜치 리키는 현대 세이버메트릭스의 기초가 되는 출루율과 장타율 개념에 대한 글을 게시한 바 있다. 그리고 조지 린지가 '득점 기대치' 이론을 발표했고 언쇼 쿡은 <</span>확률야구>라는 논문에서 야구 작전과 선수 평가에 확률론을 접목해 세이버메트릭스의 기본이 되는 플레이 인덱스를 만들었다. 이후 1970년대 들어 빌 제임스 등이 수학적·통계학적 방법론을 도입한 새로운 기록 및 통계를 제시했고, 야구팬들이 열광하면서 이러한 새로운 통계적 접근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

세이버메트릭스의 등장은 야구 선수를 평가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세이버메트릭스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전에는 일명 투수는 승리, 타자는 타점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기록이 선수 평가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클래식 기록으로만 선수를 평가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취급을 받고 있다. 예시 하나를 들어보겠다.

 

1999년 이승엽 : 타율 0.323 157안타 54홈런 123타점 OPS 1.190 wRC+ 191.8 WAR 8.91

2003년 이승엽 : 타율 0.301 144안타 56홈런 144타점 OPS 1.127 wRC+ 191.2 WAR 8.39

 

이전까지 이승엽의 커리어 하이시즌은 2003년 시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를 적용했을 때 이승엽의 커리어 하이 시즌은 1999년 시즌으로 나온다. 두 시즌을 비교해보면 1999년의 이승엽이 OPS1) wRC+2) WAR3) 등에서 2003년의 성적을 상회하고 있어 많은 야구팬은 이승엽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1999년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홈런이나 타점 같은 클래식 기록에 비해 빛을 보지 못했던 기록들이 중시되고, 세이버메트릭스가 선수를 평가하는데 핵심으로 자리를 잡을 정도로 세이버메트릭스의 위상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현재 KBO 리그에서도 여러 팀들이 경기 운영에 세이버메트릭스를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여러 구단에서 세이버메트릭스와 같은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도자를 선임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제는 지도자들에게도 세이버메트릭스를 공부하는 것은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야구팬들 역시,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칭찬과 비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자들이 팬들에게 제발 자료 좀 참고하라는 비판을 받는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며 ‘OPS가 뭔지도 몰랐다라는 홍익대학교 장채근 감독의 사례가 존재하는 등 아직 세이버메트릭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는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세이버메트릭스는 더 나아가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MLB에서는 빌리 빈 단장으로 대표되는 머니 볼이라는 스몰마켓 팀들의 새로운 경영방식을 만들어냈고 애덤 던같은 선수가 재평가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세이버메트릭스는 무엇보다 야구팬들이 야구를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했고,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도 절대적인 위상을 갖고 있지 않다. 세이버메트릭스의 기록들이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의 경험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지 등 여러 방면에서 논란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이버메트릭스를 단순히 야구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2) 100을 기준으로 한 타자가 얼마나 득점 생산성이 뛰어난지 나타내는 기록

3) 한 선수가 대체 선수에 비해 팀 승리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기록

조승화 기자 tmdghk0301@kgu.ac.kr

덧붙이는 글

21세기는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야구도 마찬가지이며, 그 덕분에 많은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야구팬으로서 세이버메트릭스 같이 야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수단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