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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 편집국
  • 등록 2019-10-07 11:08:26
  • 수정 2019-10-07 11: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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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라는 시간은 것은 역사적 연대기 상의 고정된 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되려는 노력의 표현을 지칭하기도 한다. 현대예술 역시 그렇다. 진정한 현대예술이란 현재의 삶과 문화에 대응해 그것에 대한 올바른 사유에 바탕을 둔 예술적 행위를 말한다. 그러니 단지 현재라는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는 예술행위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진정한 현대예술은 현대라는 시기의 삶이 생각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들에 예술이 밀착하고 이에 대응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철학이나 예술은 상당히 유사한 과제에 시달린다. 철학이 상식에 저항한다면 예술 또한 당연시되는 보편적인 믿음, 굳어진 가치, 각질화 된 감성 등에 저항하거나 이를 비판하고 대상화한다. 철학과 예술은 모두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낯섦과 차이를 제공한다. 그로인해 현실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친숙한 생각을 문제 삼으며, 항상 새롭게 그리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의 시선과 사고, 삶을 바꿔놓는다. 결국은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자신이 처한 현재의 삶에 대해 사유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힘이 있어야만 삶을 제대로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니체에 의하면 고정적 진리란 없다.’ 진리의 나타남이란 관점 수립의 문제라는 것이다. 새로운 진리를 바라보는 관점은 기존의 가치와 진리에 대한 비판에서 나오며 그 기존의 가치를 비판에 부치는 것이 바로 니체식 표현에 의하면 힘의 의지. 각각의 존재자들이란 힘의 외관이기에 힘의 의지는 존재자들이 서로 부정하지 않고 차이를 지닌 상태로 나타나게 해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니체는 이 존재자들이 자기를 부정하지 않고, 다른 존재자를 부정하지도 않고, 다른 존재자와의 차이를 지닌 체 자신의 본성 가운데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니체를 이은 들뢰즈를 비롯한 탈근대철학자들이 제기한 중요한 문제의식 중 하나는 에 집착하는 존재론을 깨는 것이 되었다. 어딘지 불교적인 사유가 연상되기도 한다. 사실 이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매우 익숙한 사유체계다.

 

     우리는 단 한순간도 를 벗어나 외부의 입장에 설 수가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 남이 될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변화의 계기가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 ‘가 생각하는 세계가 다른 이들의 그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객관화의 능력을 지닌 이를 성숙한 존재라고 부른다. 자기객관화가 부족하면 독선이 생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단 한순간도 를 벗어나 외부의 입장에 설 수가 없는데 이를 재현의 한계라고 부른다. ‘가 남이 될 수 없기에 남이 되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그렇게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이들이 성숙한 인간이고 좋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바로 이런 인식 속에서 한 세계는 다른 세계와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 다면, 우리는 자신이 맹목적으로 따르던 삶의 규칙에 대해 전혀 반성할 수 없게 된다. 타자와 소통하지 않는 다면, 우리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상상하고 만들어낼 수도 없을 것이다. 타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가 특정 시스템에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타자란 우선 나와는 다른 공동체 혹은 나와는 다른 시스템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다. 나와 다른 생각, 가치관과 감각을 지닌 이들이기도 하다. 세계에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존재하고, 따라서 수많은 타자들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다양한 시스템들이 서로 교차하고 충돌한다는 것이다. 갈등과 모순은 그로부터 발원된다. 이때 요구되는 것은 타자가 속한 시스템의 규칙을 배우면서 새로운 주체로 변형되는 삶의 길을 추구하는 일이다.

 

    예술이 지닌 덕목이 여럿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예술이 나와 다른 이의 사유, 감각, 감수성을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접촉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인문학과 예술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타자와 만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이른바 그 기호들을 통해 타인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읽어내는 한편 와 다른 이들을 생생하기 접촉하고 경험한다. 그들의 생각과 가치, 감각을 공들여 읽고 이해하거나 그 차이와 다름의 틈을 부단히 의식하는 일이다. 새로운 사유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오로지 자신들끼리의 시스템 안에 갇혀서 그 안에서만 소통되는 독선적인 관점, 편향된 사고와 가치를 절대시하며 나와 다른 이의 사유를 억압하고 혐오하는 일이 다반사가 된 우리 시대의 야만적인 현실계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일 또한 바로 그것이다

                                                            

                              

                                                                                           박영택 (서양화미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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