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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아름다운 우리‘한글’
  • 백민정
  • 등록 2019-10-07 10: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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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의 매력에 퐁당 빠져보자
앞서 한글날의 의미와 한글날을 즐기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이와 더불어 본지에서는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과 합리성에 대해 확인하고자 본교 국어국문학과 차재은 교수를 만나 보다 전문적인 ‘한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글은 어떤 언어인지 설명 부탁 드린다


 먼저 질문을 수정해야겠다. ‘언어’라는 단어는 보통 ‘음성 언어’를 지칭한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등이 모두 음성 언어의 예이다. 이 음성 언어를 시각 정보로 바꾸어 놓은 것이 ‘문자’인데, 문자는 주로 보고 쓰기 위한 의사소통 도구이고 음성 언어는 말하고 듣기 위한 도구이다. 즉, 한글은 언어가 아니라 문자이다.

 한글을 한마디로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한글을 ‘한국어를 적는 전용 문자’로 규정하겠다. 한국어는 어떤 문자로도 적을 수 있고 한글 역시 어떤 언어도 적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어는 한자도, 히라가나도, 알파벳도 아닌 ‘한글’이라는 전용 문자로 적고 한글 역시 영어나 중국어나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를 적는 데 전용되고 있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린다

 

 한글이나 알파벳과 같은 문자를 음소 문자라고 부른다. 음소 문자란 한 글자가 하나의 소리를 표시하는 문자 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 머릿속에는 추상적인 말소리인 /t/가 있는데, 이 소리를 표시하는 한글 자모는 ‘ㄷ(디귿)’이고, 또 다른 추상적인 말소리 /a/를 표시 하는 한글 자모는 ‘ㅏ(아)’이다.

  그런데 많은 언어학자들이 한글은 단순한 음소 문자가 아니라 ‘자질문자(資質文字, featural alphabet)’라고 부르고 있다. 한글은 일반적인 음소 문자보다 뭔가 더 특별하다. 휴지 한 장을 입 앞에 놓고 ‘다’와 ‘타’를 크게 소리 내 보라. ‘다’보다 ‘타’를 말할 때 휴지가 더 많이 흔들릴 것 이다. 왜냐하면 [t]보다 [th]가 더 ‘거센’ 소리이기 때문이다. 한글을 만든 사람들은 이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 차이를 훈민정음 글자 모양에 반영했다. /th/는 /t/와 같은 위치에서 조음되지만 더 거세게 발음된다. ‘거센 소리’라는 차이는 글자 ‘ㄷ’에 획을 하나 더하는 방법, 즉 가획(加劃)을 통해 ‘ㅌ’에 드러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글을 ‘음소 문자 중에서도 최고’라고 하는 것이다.

 

한글 창제로 인한 선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 다들 들어봤는가? 동족끼리 전쟁을 벌여서 남북 모두 폐허가 됐음에도 한국은 빠른 속도로 경제적, 정치적 성장을 이루게 됐다. 그 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요인이 있겠지만 국어학자인 나는 배우고 익히기 쉬운 문자인 한글에서도 그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토, 인구, 자원을 갖춘 나라에 가 보면 저절로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아, 우린 사람밖에 없구나. 그러니 교육이 정말 중요하겠다.’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지식과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과 지식은 문맹이 적은, 혹은 없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문맹을 없애고 대중에게 지식을 보급하는 데 한글이라는 문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학교 교육과 문맹 퇴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신조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신조어는 새로 만들어진 단어를 말한다. 세상이 매일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고 △새로운 문물 △새로운 직업 △새로운 가치 등도 계속 생성된다. 그러니까 신조어가 생성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인간의 삶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거기에는 보통 이름이 붙게 마련이다. 그러나 신조어가 우리말 어휘 체계로 들어오려면, 다시 말해 어떤 단어가 자기 자리를 하나 얻으려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진다. 그러나 어떤 말이라도 그것이 우리말이라면 일단은 한글로 표기되지 않을까?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덧붙이는 글

마지막으로 차재은 교수는 본교 학생들에게 “바른말, 고운 말들 많이 쓰세요.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틈나면 한글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해 보세요. 그런 사람들을 교양인이라고 부르더군요.”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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