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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스포츠 기업
  • 편집국
  • 등록 2019-09-25 16:05:43
  • 수정 2019-09-25 1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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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위기. 정치인도, 연예인도, 정당도, 기업도, 경제도, 심지어는 국가도 끊임없이 위기와 맞닥트린다. 위기는 많은 경우 선택을 요구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위기 이후 개인이나 조직,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 많은 경우 위기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를 정상적인 발전경로에서 추락시킨다. 정상경로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물질적, 정신적 비용이 수반된다. 제러미 다이아몬드는 대부분의 위기는 오랜 기간 축적된 점진적 변화의 결과이며, 아무런 전조없이 갑자기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국가는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가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점진적 변화나 전조를 찾아내고 분석하여, 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인 위험(risk)을 관리하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해당 분야에서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자아도취에 빠져 헛발질을 하다가 결국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는 것이다. 위기를 가장 수월하게 극복하는 기업을 보면 먼저 진솔하게 사과하고 개선방안을 공표하고, 일관성있게 그 방안에 따라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과 품질관리가 절정의 경지에 들어서 있고, 두터운 팬덤이 존재하여, 기존의 신뢰를 바탕으로 재기할 수 있는 피하지방층이 두툼하다면 금상첨화다. 급발진 사태로 곤욕을 치룬 토요타의 사례를 보자. 처음에는 급발진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했고,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품질 및 생산관리의 초절정고수라는 명성과 고객의 신뢰, 두터운 팬덤이 재기에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다.

  스포츠 기업에도 이런 리스크와 위기는 어김없이 다가온다. 가장 최근의 예는 나이키의 찢어진 농구화사건이다. 2019220일 밤, 듀크 대학 소속의 유망주 자이언 윌리엄슨(Zion Williamson)의 새 나이키 농구화의 밑창이 라이벌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과의 경기 시작 36초만에 완전히 뜯겨져 나갔다. 천하의 나이키가 이렇게 무참하게 찢겨지다니! 윌리엄슨은 무릎 부상으로 퇴장하였고, 결국 듀크대학은 패배하였다. 그런데 나이키의 초기 대응은 자이언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는 식으로 너무 점잖고 뜨뜻미적지근했다. 기술, 분석, 통계를 토대로 문제에 접근하는 선진기업의 합리적태도는 우려와 불안, 실망감과 같은 소비자의감정을 어루만져줄 수 없다. 그 결과, 사고발생 이후 나이키의 판매는 주춤하고 아디다스같은 경쟁사의 주가가 나이키 주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랐다.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래도 나이키는 두터운 팬덤을 지니고 있고 소비자의 신뢰가 강해, 제품의 품질 관리와 혁신을 지속한다면 장기적으로 주가와 영업성과가 정상궤도로 재진입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한동안은 저조한 판매 증가세, 경쟁사의 약진과 같은 매우 큰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부상에서 완쾌한 자이언이 다시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농구장 위를 펄펄 날아다닌 것도 나이키에게 위기극복의 희망을 줬다. 그러나 나이키가 초기에 진정성있는 반성과 사과, 동일 제품의 무료 리콜 및 교체 등으로 대응했다면 위기가 닥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한편 그 와중에 엄청나게 가격이 상승한 나이키 제품도 있다. 미국의 경매 업체인 골딘 옥션이 그 가치를 25만 달러(3억원)로 추정하는 바람에, 자이언이 신었던 찢어진 농구화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찢어진 신발로 등극한 것이다.

 

 

설수영(스포츠산업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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