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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사설] 동물들도 똑같이 아파요
  • 전은지
  • 등록 2019-09-25 15: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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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 이들의 울음소리
잊을만하면 대두되는 동물 혐오 범죄, 본지 1032호(19.05.13. 발행) 22~23면 오늘의 대학가에서도 고양이 혐오 범죄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지난 호에서는 캠퍼스 내 고양이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동물 혐오 범죄 사례나 법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고양이 ‘자두’의 사건을 통해 동물 혐오 범죄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 된 적이 있다. 경의선 책거리 인근 한 카페에서 키우던 고양이 '자두'가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사건이었다. 범인은 평소 고양이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던 A씨로 밝혀졌다. 검찰은 A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런 동물 혐오 범죄는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분양받은 몰티즈가 식분증이 있는 것을 알고 환불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하자 강아지를 집어 던진 사건도 있었다. 기자 역시 길고양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사료에 쥐약을 타서 뿌린다는 사실을 들은적이 있다. 그 후 실제 길고양이들이 주로 다니는 쓰레기통 주변 곳곳에 사료가 뿌려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며 동물 학대나 동물 혐오 범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만 보더라도 동물들은 ‘생명’ 보다는 ‘재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자두 사건’ 또한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닌 재물손괴죄 혐의로 입건된 것만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각종 사건들이 대두될 때마다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동물을 판매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동물을 학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벌금이나 과태료만 부과될 뿐 실제 처벌까지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또한 주인으로부터 방치된 동물을 구조하거나 불법 번식장에 있는 동물을 구조할 때도 주인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데, 이들에게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아야만 한다. 한 생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물과 음식 등 생명 연장에 필요한 물품을 먼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하는 것이다. 명목상일지라도 주인의 허락을 맡아야만 동물구조를 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법률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 고통받는 것은 당연히 법의 울타리 밖에 있는 동물들일 것이다.

 누군가는 동물 혐오 범죄에 대해 무관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 혐오 범죄는 비단 동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람에게 역시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강호순 △유영철 △이영학 등 강력 범죄자들의 경우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본격적인 범행에 앞서 개나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잔인한 범행을 먼저 수없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동물보호법이 강화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처벌 수위는 미미하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SNS만 보더라도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테네시주에서는 강력한 처벌과 동시에 동물 학대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동물학대범은 성폭행범과 같이 △얼굴 사진 △위법행위 △유죄 판결 날짜 등이 기록된다. 그뿐만 아니라 2년 동안 신상이 공개되고 또다시 동물을 학대하면 5년씩 연장된다고 한다. 실제 미국에서 반려동물 7마리를 학대하고 고문한 혐의로 22년형을 선고 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학대죄만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판례는 거의 없다. 최근 3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500여개의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4건뿐이다. 이렇게 실형선고가 미미한 이유는 정상참작 요소가 있으면 대다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동물범죄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법 처벌수위의 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법 개정 후에도 여전히 모두 처벌 수위가 미미하기에 아직까지 누군가를 보호하기에 역부족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의 보완과 개정은 계속돼야 한다. 사람과 동물이 법적·사회적으로 동등한 선에 위치하게 된다면 한국의 고양이섬이라 불리는 ‘쑥섬’처럼 모두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전은지 기자│juneo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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