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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장’보다 더 슬픈 ‘갑질’
  • 신주희
  • 등록 2019-05-27 10: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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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서비스 아닌 상품
집에서 나와 하루를 보내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마주할까. △카페 △영화관 △서점 등 주변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은 ‘아르바이트생’이다. 본지에서는 이들이 아르바이트 종사자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보호받고 있는지 취재했다.

 

본교생 74% “아르바이트 갑질에 고통받아”

 

 젊을수록 학업 중인 경우가 많아 단기 아르바이트성 일자리에 많이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의 청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중 △15~19세의 81.7%(20만 명) △20~24세의 49.3%(70만 1,000명) △25~29세의 23.9%(54만 2,000명)가 임시·일용직에 종사했다(고용노동부, 2015년).

 


최저임금 달라고? 절도죄로 신고는 해줄게


 아르바이트 종사자의 고충은 대부분 사장의 횡포와 상사의 갑질에 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알바몬이 발표한 설문 결과, 아르바이트 중 경험한 부당대우로는 ‘임금 체불’이 28.3%(905명)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편의점주가 최저임금을 요구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비닐봉투 절도범으로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임금체불 등 점주의 갑질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또한 매장 내 CCTV로 감시하며 끊임없이 추가업무를 요구하거나,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가장한 인격 모독 및 추가근무를 당연한 듯 여기는 고용주도 상당수인 실정이다.

 

 이에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서는 고용주의 부당대우에 대한 신고접수를 받음으로써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노동·시민사회단체인 ‘직장갑질 119’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알바편 꿀팁 십계명’을 공개해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용주의 갑질에 당하지 않도록 도왔다.

 

알바 꿀팁 십계명

△채용공고 캡처 △근로계약서 쓰고 받기 △일한 시간 체크 △4대 보험 가입 △최저시급 확인 △괴롭히면 녹음 △주휴수당 확인 △유급휴가 챙기기 △사직서는 신중하게 △강제노동은 불법

 

만연한 고객 갑질, 해결 방법은?

 

 고객의 갑질로 인한 피해 역시 심각하다. 지난 2015년,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린 ‘백화점 모녀’ 사건에 수면 위로 오른 고객 갑질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고민거리다. 작년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햄버거를 던지는 사건까지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고객갑질은 대개 ‘가격 할인’이나 ‘상품 무료 제공’과 같은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반말을 하는 등 하대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그러나 지난해 청소년근로권익센터와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 노동자 1,3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의하면 70%가 “신고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 등을 이유로 별다른 대처 없이 넘어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갑질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짐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인 아르바이트생 및 직원 보호를 주장하는 사회단체와 기업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고객 상담실에 책자 형태의 대고객 매뉴얼 ‘존중받을 용기’를 전면 배치했다. 해당 매뉴얼에는 악성민원제기고객 응대 방법과 상황별 참고 법령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배치 이후 직원들은 전화 상담 시 △폭언 △협박 △성희롱 등이 지속되면 매뉴얼에 따라 전화를 과감히 끊을 수 있다. 더불어 국가에서도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고객 응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 조치의무 등을 담았다”고 밝혔다.

 

신주희 기자│sin7203@kgu.ac.kr



덧붙이는 글

갑질에서 그치지 않고 ‘슈퍼 갑질’, ‘울트라 갑질’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이래라저래라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을 자신의 가족이 당한다면 어떤 심정일지는 이미 모든 사회구성원이 알고 있다. 돈으로 그들의 친절을 강요하기 전, 대가 없이도 스스로 친절을 베푸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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