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재능 없는 자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 강현구
  • 등록 2019-05-14 10:11:53
  • 수정 2019-05-14 10:13:49
기사수정

 

쇼코의 미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저자     최은영

출판사    문학동네

 

 모든 사람들은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꿈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설계하도록 도와주며 삶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꿈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삶을 좀먹는 벌레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우린 나름대로의 취향과 재능을 찾고, 그 둘의 접점을 꿈이라 확신한다. 그 과정 중 우리는 잘못됐다는 직감과 신호를 계속해서 마주한다. 하지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꿈을 부정하는 행위에는 상당히 큰 용기가 필요하기에 주위의 만류를 무시하게 된다. 결국 꿈을 놓지 못하는 순간부터 꿈은 삶을 좀먹기 시작한다. 책 ‘쇼코의 미소’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주인공 ‘소유’는 창작에 대한 재능은 없지만 영화작가를 꿈꾸는 소녀다. 그녀는 꿈에 매달려 매일같이 글을 썼으며 단편영화제작을 하는 등 부족한 재능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소유가 매달렸던 영화작가란 꿈은 스스로가 온전히 만들어낸 꿈이 아니다. 친구 ‘쇼코’가 넌지시 던진 “넌 영화 만드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말이 소유의 마음에 자국을 남겼을 뿐이다. 그 자국은 소유 자신의 일부분을 포기하게끔 했다. 소유는 꿈을 좇는 대신 인간관계와 이십대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그녀는 다른 이들의 선택과 처지를 비난하며 스스로 끔찍하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자유를 향한 꿈에 묶인 소유는 자신과 반대로 안정된 삶을 선택한 쇼코를 비웃는다. 또한 돈을 이상향으로 선택한 친구들을 모두 속물로 단정 지어 버린다. 자유와 도전이 배제된, 틀에 박힌 삶은 소유의 관점에서 보잘 것 없는 삶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타협한 삶이 비난 받고 비웃음 당할만한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쇼코에게도 꿈이 있었으며 어른이 돼가는 과정 중에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소유에게 잘못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소유의 잘못이라곤 재능의 부재뿐이다. 재능은 시도 없이 발현될 수 없으며 노력 없인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그렇기에 소유와 같이, 꿈에 대한 재능의 부재로 고통 받는 삶을 그녀의 어리석음으로 치부하고 비난해선 안된다. 재능 없음을 인정하고 꿈을 놓아버리기란 자신의 뼈를 깎아내리는 것 이상의 고통이 따른다. 우린 그녀에게 잘못을 따지는 게 아닌, 그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와 새로운 시작을 도모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한다. 소유야말로 꿈에 휘말린 전형적인 오늘날의 우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는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의 처지와 재능은 꿈을 향한 시도가 한 번이라도 있어야만 파악할 수 있다. 누구나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으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데에는 일말의 재능도 필요하지 않다.

 

강현구 기자│yes2665@kgu.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