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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하지 못한 스마트워치
  • 이유림
  • 등록 2019-04-15 11:01:34
  • 수정 2019-04-15 11: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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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보다 느린 출동에 뿔난 민중
故 장자연 사건의 증인, 윤지오 씨가 스마트워치 비상호출을 눌렀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청원이 20만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경찰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상황은 어떤 피해와 위험을 초래하고 스마트워치 착용자로 하여금 얼 마나 큰 위협감을 안겨주게 될까.


경찰, “위험할 때 누르세요”

 

 경찰이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염려가 있는 각종 사건·사고의 △피해 자 △신고자 △목격자 △참고인 등에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손목시계형 기기로 지난 2015년 10월 1일 도입 됐다. 기기의 응급버튼을 1.5초 이상 누르면 △서울경찰청 112지령실 △관할 경찰서 공용 휴대폰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 휴대폰으로 동시에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발생한 위급상황에서 스마트워치의 기능으로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 112 종합상 황실에는 부산 거주자 A씨의 스마트워치 긴급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스마트워치의 강제수신 기능을 통해 남녀의 말다툼 소리가 들린 뒤 전화가 끊긴 사실을 확인하고 A씨가 탑승 중이던 전 애인 B씨의 차량을 검거했다. 2017년 고창에서도 출소한 내연남으로부터 위협받던 C 씨의 스마트워치 위치를 파악한 경찰이 긴급 출동해 무사히 구출한 바 있다.

 

피해자, "왜 눌렀는데 오질 못 하니"

 

 이처럼 도입 이래 피해자 보호를 위해 쓰인 스마트워치지만, 최근에는 기기 결함 등이 발견되며 신뢰성이 곤두박질치는 실정이다. 지난달 5일, 배우 윤지오씨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故 장자연 씨가 성추행당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후 해당 사건 증인으로 두 차례 조사받은 윤 씨에게 경찰은 지난달 14일부터 신형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신변보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신변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거처에서 의문의 흔적을 발견한 윤 씨가 세 차례 스마트워치 호출버튼을 눌렀지만 경찰은 아무 대응이 없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 씨의 청원이 올라오고 나서야 “기기 결함”이라는 해명과 사과, 24시간 밀착경호 특별팀 구성이 이뤄졌다. 윤 씨는 최초로 호출버튼을 누른 오전 5시 55분 이후 경찰이 무응답으로 일관한 11시간 사이, 자신의 목숨에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여론은 이번 논란으로 회자된 지난 사례들만 봐도 윤 씨의 분노가 충분히 납득된다는 분위기다. 2017년 8월, 헤어진 배 씨가 지속적으로 찾아와 협박한다며 신변보호를 요청한 임 씨에게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지만 참변을 당한 사건이 그 예다. 스마트워치 지급이 이뤄지고 얼마 뒤 임 씨의 가게에 배 씨가 찾아와 스마트워치의 위급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결국 배 씨에게 살해당했다. 당시 임 씨에게 지급된 기기의 ‘실내 위치값 측정 불가’란 한계점,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점이 참변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위치를 혼동한 경찰이 가게가 아닌 집으로 출동하는 동안 임씨는 비상버튼을 누른지 단 10여분 만에 칼에 찔려 사망한 것이다.

 

여론, “죄송하다면 다야?”

 

 논란이 거세지자 청원에 대해 사흘만에 답변이 이뤄졌으며, 경찰측은 윤 씨의 스마트워치 교체와 숙소 이전을 진행했다. 또한 현장 테스 트 결과 정상 작동됐지만 당시 호출 기록이 존재함에 따라 일시적 오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윤 씨의 스마트워치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청원 답변자로 나온 서울지방경찰청 원경환 청장은 “전체 스마트워치 2,050대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 112지령실 및 지령팀장에 신호가 가지 않았으며 그나마 담당 경찰관에게 오전 6시경 문자가 전송됐으나 오후 2시경 확인한 정황이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겨줬다. 심지어 앞선 윤 씨의 주장에 의하면 뒤늦은 확인 후 곧바로 연락을 취하지도 않은 셈이다.

덧붙이는 글

아무리 고성능의 호출 기기가 있다고 해도 경찰 인력이 부족하거나, 인력이 넘친다고 해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응이 미숙하면 아무 소용 이 없다. 스마트워치를 차지 않은 약자에게 책임이 전과될 수 있다는 부작용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핵심은 시민의 창과 방패가 돼야할 이들이 나 태한 자세로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 어떤 사건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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