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학사회는 계급사회?”
  • 강현구
  • 등록 2019-04-01 11:07:27
기사수정
  • 격식,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우리사회에는 수직적 형태의 선후배 관계가 만연히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는 상대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부조리한 일을 행하는 악습을 낳기도 한다. 본지에서는 선후배 사이 갑을 관계의 원인과 올바른 관계 형성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서열문제로 골머리 앓는 한국사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에어비엔비 등 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개 구성원들 간에 수평적 관계를 보인다. 그 중 구글의 기업 문화는 그 기업에 속해 있는 핵심 인재들의 기본적인 가치관으로 잘 공유돼 있으며, 이러한 문화로 하여금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구글사의 한 엔지니어는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성과를 이뤄낸 만큼 대접해준다”고 말했다. 또한 페이스북의 경우 모든 직원이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으며, 경력 차이에 얽매이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편견 관리 교육(Bias Management)’을 실시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해외 기업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책임 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사회의 상당수 기업은 수직적 상하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됐다. 지난달 15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서 직장인 577명을 상대로 진행한 ‘직장내 갑질 현황’ 설문 결과, 69.2%가 ‘갑질을 경험해봤다’고 응답했다. 직급별로는 △과장급(80.9%) △대리급(76.2%) △부장급(75.6%) △사원급(62.2%) △임원급(46.2%) 순이었다. 주로 CEO나 상사들로부터 당한 갑질 유형은 ‘부당한 업무지시’가 61.3%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기업 뿐만 아닌 대학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을 수 있어 더욱 문제다. 실제로 한 대학생은 “아직도 ‘선배가 주는 술은 원샷’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학 사회는 단지 학번이 높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후배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짓을 행하는 잘못된 문화 가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직적·계급적 구조는 △예의중시문화 △권위주의 △계급사회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파생됐다고 주장한다. 연장자들을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는 ‘예의중시문화’와 권위를 앞세워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지배관계를 형성하는 ‘권위주의’는 수직적 문화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높임법을 중시하는 문화도 상하관계 형성에 한 몫 한다. △기수서열 △직급서열 △연령서열 등 강한 서열 문화들을 겪으며, 심리적 피로도와 서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후배야, 나 때는 말이야”

 

 선후배 간 불통으로 인해 오해를 빚는 상황은 한국 대학의 수직적 선후배 관계에 의한 갈등의 예라고 할 수있다. 이러한 관계는 일명 ‘똥군기’ 문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1,0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 군기문화’ 설문조사에서는 전체의 57.6%가 ‘선배의 군기와 갑질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해당 응답자들 중 54%는 ‘참고 버텼다’고 답했다. 그리고 관련 기관에 신고한 사 람은 3.9%에 그쳤다.

 

 실제로 세종시에 위치한 모 대학교 학생회에서는 △외출시 모든 행동 양식 보고 △복장규제 △캠퍼스 내 연애 금지 등 부조리한 학칙을 내세웠다. 또한 울산 모 대학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에는 ‘갑질 및 똥군기 악습을 막기 위해 알린다’는 익명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사·학과 행사 참여 강요 △집합 △화장금지 등 각종 금기 사항들이 학과 전통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로 이행시킨 것이다.

 

대학 내 부조리, 소통으로 해결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학생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순천향대학교 중국학과에서는 지난달 6일, 신입생 45명과 교수 4명이 대학 적응 프로그램으로 점심시간을 활용해 간담회를 갖고 신입생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관계자는 “군기 잡기, 음주 등 부작용을 낳는 오리엔테이션 형식에서 탈피해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교적응을 돕기 위한 행사”라고 전했다.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서도 각 단과대학에 재학생 대상으로 악습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교육 시행을 당부했다. 또한 숭실대학교 총학생회 OT에서는 자신의 주량을 색깔로 표시하는 팔찌를 사용, 이는 술 강권 행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대학 내 수직적 구조에서 비롯되는 크고작은 갈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처럼 사회적으로도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계급중시 구조를 타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대학과 관할 경찰의 간담회를 개최하며 △대학 내 인권센터 △단체 활동 지도교수 등과의 핫라인 개설 △대학 내 부조리에 대한 신고체제 구축을 통해 피해자의 보호에 힘 썼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안전한 대학 생활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구 기자│yes2665@kgu.ac.kr

덧붙이는 글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와 관련된 악습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선 선배와 후배의 입장마다 서로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