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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색, 동일한 특색?
  • 이유림
  • 등록 2019-04-02 09: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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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주의해야
얼마 전 패션 잡지사 ‘보그’에서는 중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이 공개된 후 △넓은 미간 △평평한 콧대 △홑꺼풀 눈 등 흔히 ‘동양인’을 두고 떠올리는 특징들을 지나치게 부각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유독 동양인에게서 추구하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와 “인종별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로 의견이 갈려 논쟁중이다. 이에 본지는 인종마다 하나의 대표적인 모습을 떠올리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 취재했다.


세상은 넓고 인종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종’을 얘기할 때 △백인 △흑인 △황인으로 분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 세계에는 더욱 다양한 인종이 존재한다. △코카시언 △블랙 △몽골리안 △말레이 △폴리네시안이 그 종류에 해당하는데, 이 가운데 ‘코카시언’은 우리가 흔히 ‘백인’이라 통칭하는 인종이며 ‘블랙’과 ‘몽골리안’은 각각 ‘흑인종’과 ‘황인종’을 뜻한다. 블랙의 경우 과거 차별적 뉘앙스를 지닌 단어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가장 중립적인 말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블랙 혈통은 ‘아프리칸-아메리칸’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이 집단을 이뤄 서로 다른 문화를 향유하며 살아왔다. 과거에는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 국가 간 발전 속도 차이에 의해 인종 차별이 뚜렷하게 존재했다. 특히 ‘블랙’ 인종을 노예로 삼는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탄해야 하는 역사적 소행 중 하나다.

 

개성 인정 vs 프레임 합리화

 

 최근에는 인종별 특색을 개성으로 보는 시선이 강해졌다. △분홍빛 피부와 밝은 눈동자의 코카시언 △탄력적인 구릿빛 피부와 도톰한 입술의 블랙 △어두운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지닌 황인종의 동양인처럼 인종별로 도드라지는 특성이 그 예다. 이에 코카시언이 아님에도 흰 피부와 밝은 눈동자 색을, 블랙이 아님에도 태닝한 피부와 건강한 몸매 를 연출한 연예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해당 인종들이 보여주는 개성을 인정하고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 인종 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흉내내며, 각 인종의 특징이 하나의 개성이자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특히 일부 '블랙'은 과거부터 크디큰 차별의 시선을 이겨내고 그들만의 이미지를 개성화시킨 노력을 간과하고 많은 이들이 ‘흑인흉내’를 낸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SNS에서 블랙, 혼혈인 척하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블랙 피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특정 인종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흉내 내는 것 자체가 각 인종에게 또 다른 규율과 틀이 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최근 동양인들의 생김새를 서양인의 관점에서 상당 부분 왜곡·강조했다고 비판받은 보그를 포함해 다양한 화보집에서 동·서양인을 다르게 표현한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동양인은 △밋밋한 눈 △평평한 코 △튀어나온 앞니 등을 부각시킨 반면 서양인은 △옅은 빛깔의 눈동자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을 가진 모델이 주를 이룬다. 또렷한 이목구미를 가진 다수의 동양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순을 두고 서양인들의 고정관념을 ‘동양의 미 표현’ 등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동양인은 단두, 서양인은 장두를 가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 특성이 달라 특정 이미지가 어느 정도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를 조롱거리 삼는 손동작이 문제란 견해에는 모든 여론이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은 노골적인 제도가 아닌 타고난 차이를 고려하지 않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강조해 발생한다.

 

논란의 주인공들, 새로운 추이

 

 이러한 인식에 기업과 사회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D&C에서는 동양인 모델을 촬영하며 피자와 스파게티를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의 컨셉을 설정했다. 이에 동양 문화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프라다와 구찌는 블랙 인종의 까만 피부 와 두꺼운 입술을 형상화한 제품으로 차별적 콩트 연기인 ‘블랙 페이스’ 를 떠올리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에 대해 불매 운동이 이뤄지며, 무의식 속 뿌리내린 차별적 인식이 미약하게나마 개선됐다.

 

 인종차별 반대에 힘쓰는 기업도 있다. 나이키에서는 ‘Just Do It’ 30 주년 기념광고에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을 등장시켜 인종차별에 반박했다. 콜린 캐퍼닉은 백인경찰의 블랙 인종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기립이 아닌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보인 바 있다.

덧붙이는 글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버니스 킹 목사는 “인종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육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그의 말처럼 인종차별을 규제하는 정책보다는 어떤 집단을 두고 섣불리 일반화하 는 태도의 개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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