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나.작.소] 2018학년도 올해의 서평 수상작
  • 김희연
  • 등록 2019-03-18 10:15:42
기사수정
본교 중앙도서관에서는 비교과프로그램으로 서평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평은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나 응모가 가능하고 월 단위로 끊어서 시상하고 있다. 그렇게 응모된 서평 작품들 중에서 ‘2018학년도 올해의 서평’에 선발된 작품이다. 본지에서는 1위로 선발된 작품을 소개했던 지난 호(19.03.04 발행)에 이어
2위로 선발된 서평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정의란 무엇인가

강경희(전자공학·4)

 

 때는 바야흐로 2010~2011년 이후, 서점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학교 컨벤션센터가 떠오르는 큰 강의장에서 외국인 교수가 청중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배경사진. 가운데에 딱 하고 박혀있는 주황색의 영어 글자, 마지막으로 검정색 한국어로 ‘정의란 무엇인가’하고 콱 박혀 있어 읽기도 전에 가슴부터 막혀버리는 책.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그 책. 그렇다. 바로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의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을 읽어 보려 도전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다 읽은 사람은 시도 했던 사람의 절반이 안 될 것이고, 또 다 읽은 사람 중 절반은 이해를 다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자신은 다 읽었으며 나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하는 사람들. 부디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기를 바란다. 뿌듯해 하는 사람들의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서평을 쓰고 있는 본인도 3번째로 이 책을 다시 읽어 보았지만, 책을 대하는 느낌,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세 번 다 달랐다. 이 책은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JUSTICE」는 철학책이다. 하지만 철학에도 종류가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나 헤겔의 「정신현상학」 등 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삶에서 떼어질 수 없는 부분, 정치, 「JUSTICE」는 정치철학 책이다. 「JUSTICE」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의 공동선, 시민의 의미, 도덕적 판단기준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특히 정치적 관심이 높아진 요즘 읽어보면 아주 좋을 책이니 심각한 표정으로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JUSTICE」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러 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정의부터 현대에서 얘기하고 있는 정의까지. 갖가지 도덕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여 우리의 생각을 다채롭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서평에서 쓰기에는 그 양이 방대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책의 특징만 적도록 하겠다. 「JUSTICE」는 나름의 판단기준의 이유와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아주 잘 쓰여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각 정의에 딜레마를 일으키는 사례들이다. 각 사례들을 접할 때부터 독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만약 내가 저 사례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까? 선택을 한 사례의 주인공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이야기로 위장한 샌델 교수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고뇌한다. 우리는 결국 선택지 중 선택을 한다. 하지만 뭔가 마음이 석연치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많이 아는 ‘폭주하는 전차’는 너무 식상하니 책의 초반 두 번째 사례인 아프가니스탄의 염소 목동을 소개한다. 2005년 6월, 미 해군 특수부대원 네 명은 임무수행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은밀하게 정찰활동을 하고 있었다. 험한 산악 지역의 마을의 탈레반지도자를 찾는 것이 임무의 주 내용이였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자리를 잡은 직후, 갑자기 아프가니스탄 목동 두 명이 분대원들 앞에 염소를 몰고 나타났다. 이 목동들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으로 보였기에 놓아주어야 했지만, 미군의 소재를 탈레반에게 알려줄 위험이 있었다. 밧줄이 없어 이들을 묶어 놓고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들을 죽이든가 풀어 주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한 부대원은 말했다. ‘우리는 현재 적진에서 임무수행 중이고 우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목동들을 놓아주어서는 안된다’라고, 하지만 다른 부대원은 무장하지 않은 저들을 냉정하게 죽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양심상 저 들을 죽일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의견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그들을 풀어 주자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염소 목동들을 풀어준 지 한 시간 반쯤 지나자, 부대는 무장한80~100명의 탈레반 병사에게 포위되었다. 총격전이 일어나 부대원 중 세 명이 목숨을 잃고, 구출하러 온 미군 헬기 한 대가 격추당해 타고 있던 군인 열여섯 명 모두 목숨을 잃었다.

 

 위의 이야기는 실제 사례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차 없이 목동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양심상 민간인들을 죽일 수 없어 그들을 놓아 줄 것인가? 사건의 결말을 아는 우리에게는 당연히 목동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결과를 모르는 상황이고 결정의 순간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한 그 선택을 하게 되는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선택지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들이 이성적으로 헤쳐 나갈 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JUSTICE」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은 책이다. 하지만 서평에서 장점만 쓸 수 없다.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단점은 바로 공감의 부족이다.「JUSTICE」의 저자는 미국인이다. 이 책은 미국인 교수가 쓰고 미국인들이 읽은 책이다. 당연히 책에 써져 있는 내용과 사례들은 미국인의 정서와 아주 잘 맞을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읽기에는 정서의 공유가 잘 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책의 번역이 조금 어렵게 번역되어있다. 보통 얘기하는 수능 영어문제 독해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의역을 해놨음에도 불구하고 뜻이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종종 있다. 정서의 공유가 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으니, 책을 읽다가도 어렵게 느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고도 「JUSTICE」는 추천받을 만하다.

 

 삶에 있어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다. 그 중에는 해결이 용이한 것도 있지만, 여러가지 상관관계로 인해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크게는 정치나 법, 고용과 노동부터 작게는 친구나 가족사이의 인간관계 또는 물건가격까지. 어느 쪽을 고를지 고민되는 순간이 매우 많다. 고민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선택을 할 것이고, 선택에는 각자 나름의 단순하거나 복잡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인 가치판단에서 우리는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도덕적 가치판단이 단순해지는 순간, 자신의 소견 없이 남에게 의지하여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주인공이 아니게 된다. 내가 해야 할 판단을 다른 것에 넘기면 안 된다. 물론 판단에 대해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다양성의 시대에서 내 생각만 옳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장을 펼칠 때는 ‘나’라는 태양 아래서 꿋꿋하게 걸어 나가야 된다. 남의 구름에 가려져 해를 똑바로 보지 못하면 아니 된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또한 그렇다. ‘나’의 가치판단을 위하여. 내 자신을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하여. 정의(正意)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定義)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올바른 정의를 위하여 이 책을 꼭 읽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