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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https 차단, 탈도 많을까
  • 강현구
  • 등록 2019-03-06 09: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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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생활 침해·추가 피해 우려”
정보가 곧 재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은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정보를 보다 수 월하게 얻고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 한다. 이처럼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지만 디지털 성범죄 영 상물 혹은 불법 도박 사이트와 같이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과연 이에 대한 진정한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불법사이트 막는 https 차단정책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불법촬영, 리벤지 포르노 등 사이버 성폭력 발생 건수가 지난 2012년 2,400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급증했다. 좀처럼 끊이지 않는 사이버 성범죄에 정부는 지난달 12일, https 방식의 해외 인터넷 사이트 규제방안을 내놨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와 달리 그동안 법 진행 사각지대였던 불법 해외 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 따르면 이를 통해 디지털성범죄 영상물로 고통 받는 피 해자의 인권과 웹툰 등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https란 ‘hypertext transfer protocol over Secure Sockets Layer’의 약자로 하이퍼텍스트 보안 전송 프로토콜을 의미한다.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암호화된 방식으로 주고받는 통신규약인 https는 http의 보안기능이 강화된 버전으로 해커가 중간에 데이터를 가로챌 수 없다는 특성을 지닌 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불법음란물, 불법도박 등 불법정보를 보안접속(https)이나 우회접속 방식으로 유통하는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기능을 고도화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달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통신심의를 거쳐 일부 불법 해외 사이트 895건부터 https 차단을 적용했다. 이 가운데 불법정보를 과도하게 유통하는 사이트는 예외적으로 해당 사이트 전체 차단이 이뤄졌다.

정부를 불신하는 여론

 현재 차단 정책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냉담하다. 강한 웹사이트 차단기술은 정부의 인터넷 검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는 ‘https 차단정책 반대시위’가 열렸고 차단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 역시 25만 명이 넘는 참여인원을 기록했다(2월 27일 기준).
 
 국회의 반응도 여론과 일맥상통했다. 자유한국당 장능인 대변인은 “불법음란물 차단을 명분으로 온라인 개인 사이트의 보안을 무력화시키는 ‘https SNI 차단 기술’이 국민에게 개인 검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사이트 직접 통제가 아닌 불법음란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강구하길 바란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온 국민, 특히 젊은 층에 사이버 상의 자유를 극 도로 억압하는 이런 조치들이 지금 취해지고 있다”며 문 정부의 해결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 사생활 침해하는 인터넷 검열?
 
 정부는 본 제도의 남용 및 악용 우려에 대해 “섣부른 오해”라며, “그러한 의도가 전혀 없다”고 표명했으나 여전히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은 현 정책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헌법 제 17조와 제 18조에는 각각 모든 국민에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https 차단정책’은 우리나라 국민이 어떤 주소로 접속을 시도하는지 알고 차단한다는 점에서 이를 위배한다. 예를 들어, 이송 중인 택배상자는 검열을 하지 않지만 상자에 물건을 넣을 때 몰래 확인하고 검열하겠다는 것, 즉 보안의 취약점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또한 문제의 근원지인 불법사이트의 성행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법물의 유통을 막지 못한다면 현재의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 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책인 만큼 해당 문제와 무관한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염려도 존재한다.


“진정한 해결방안은 문제의 뿌리를 뽑는 것”

 올바른 취지에서 출발한 정책이 또 다른 피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려면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오픈넷 최민오 자문위원은 “이번 https 차단정책은 체로 거르는 것과 같은 수동적 차단방식”이라며 본 차단 정책의 허점을 밝혔다. 반대 여론을 뒷받침하는 과거 중국의 사례만 봐도 이번 규제에 대한 우려가 마냥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부적절한 사이트를 차단하는 인터넷 검열을 시작했고 이는 곧 구글, 유튜브 등 해외 유명사이트들을 차단하는 2차 계획으로 확대됐다. 지난 2009년 이후로는 포르노를 금지하겠다며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중국의 자의적인 판단 아래 검열이 이뤄지는 3차 계획으로 번졌다. 여기서 3차 계획과 우리 정부의 차단정책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감안 하면, 한국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불법사이트 규제를 명목 삼아 인터넷 검열로 확대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 의 https 검열 전례가 없음이 그 위험성을 증명해준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애당초 불법음란물 생산 자체가 불가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불법촬영에 쓰이는 초소형 카메라는 그 어떤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어 불법음란물의 생산·유통에 상당 부분을 기 여하고 있다. 이에 구매 경로를 규제하는 법안에 대한 필요성을 논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피해상황 발생시 피해 증거자료 수집 및 영상물 삭제 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해야 하는 모순적인 구조 역시 해당 문제의 원인 중 하 나다. 도움을 요청할 경우 수사를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난 해 4월 30일부터 운영되고 있으나 피해 당사자가 책임을 떠맡는 것은 여전하다. 되려 지난 5월 한국여성변호사회가 공개한 ‘2017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에 의하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1심 양형은 △벌금형 72% △ 집행유예 15% △선고유예 7.5%로 나타났다. 불법음란물 유통이 끊이지 않는 데에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대다수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점이 한 몫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번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목적 달성하는 방법은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해외사이트를 제한해 차단하는 것이 목표에 부합하는 길이 아닐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부가 그리고 우리가 목표하는 불법사이트에서의 성범죄 근절을 완벽히 이행하기 위해선 인터넷 검열과 같은 후조치가 아닌 원인을 찾아 뿌리를 뽑는 것이 올바른 이치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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