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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시계와 버티는 일본
  • 이유림
  • 등록 2019-03-04 09:34:41
  • 수정 2019-03-04 0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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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우리
올해로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이 100주년을 맞았다. 우리는 고문도 마다않는 영웅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 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고자 학창시절 뼈아픈 역사에 대해 배운다. 그러나 과연 역사 속 자세한 내막을, 아직까 지도 사투를 벌이는 현대 영웅의 존재를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들 가운데 한 명이 지난 1월 28일 별세한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이는 몇 명일까. 본지는 3.1 운동 100주년과 평생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며 살아온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고자 일제 탄압의 역사와, 아직까지도 커다란 상처로 남은 ‘위안부’ 피해의 실상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지워지지 않는 끔찍한 만행

 

 일본군 ‘위안부’는 일제강점기 중 발발한 중일전쟁 및 아시아태평 양전쟁기에 일본군의 점령지, 주둔지 등의 위안소에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을 의미한다. 일본군 ‘위안부’는 1991년 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위안부’ 문제 제기가 펼쳐지기 전까지 정신대, 종군위안부라는 잘못된 용어로 지칭되기도 했다. 이는 당시의 지배적이고 가부장적인 시대적 분위기에의해 실상이 왜곡·은폐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군이 취하고자 한 ‘위안’의 허구성을 드러내기 위해 역사적 용어로서 ‘위안부’라고 지칭하거나 그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군 성노예라고 표현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의 사기 충전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된 반인륜적 동원 수법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여성을 상대로 입학·취업 사기를 치거나 유괴를 저질렀다. 또한 권력을 악용한 △협박 △인신매매 △강제연행 등 각종 비공식적 방식은 물론, 일본 정부까지 가담한 조직적 수단으로 ‘위안부’ 동원이 이뤄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만명의 조선인 여성이 각지의 위안소에 끌려가 일본 군인들로부터 강간을 당했으며, 이에 맞선 이들은 △약 물투여 △고문 △폭행 △학살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장난삼아 몸에 문신을 새기고 임신한 여성의 배를 갈라 자궁을 제거하는 끔찍한 고문까지 행해졌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집단 학살로 만행을 감추고자 했다.

 

멈추지 않는 나비의 날개짓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국가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27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또한 본 시위는 이미 2002년 3월, 500회 시위로 세계 최장기 집회 기록을 갱신했다. 2011년 12월 14일에는 1000회 시위를 맞아 ‘위안부’로 끌려가는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평화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해외 곳곳에서도 소녀상을 세우고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지정해 전 세계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에 연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어느덧 매주 수요시위에 참가해 함께 목소리를 낸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로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단 23명만이 남았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정부와 싸우는 것이지 일본 국민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며, 구마모토 지진 발생 당시 성금을 기부해 위안부 문제의 핵심을 확고히 보여줬다. 또한 2013년과 2016년에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피해사실 증언을 통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각인시킨바 있다.

 

~2019년,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

 

 현재 일본 정부는 일본군의 강제성을 증명하는 자료가 등장한 이후 마지못해 건넨 형식적 사과와 2015년 맺은 한일 합의로 끝난 일이 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 워싱턴, 필리핀에서의 소녀상 건립을 항의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을 방해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했고 지난 1월 21일, 여성가족부에서 화해치유재단의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합의 이래 김복동 할머니를 포함한 여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가 꾸준히 10억엔 반환·재단 해산을 요구해온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가 족부 진선미 장관은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를 애도하며 “‘위안부’ 문제해결과 피해 할머님들의 명예·존엄 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증언한 현대의 영웅들이 있었기에 온전한 역사가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다. 과거 두려움에 떠는 약자였을지언정, 현 재는 그 누구보다 위대한 용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하며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는 것이 보답이자 의무지 않을까. 바로 지금, 약해진 날 개짓에 건강한 미래를 향한 숨결을 불어넣어 꿈쩍 않는 바위도 움직이는 커다란 돌풍을 일으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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