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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 조금씩 나눠 봅니다. 사랑의 이야기
  • 이건우
  • 등록 2019-03-04 09: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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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문학 작품을 보다 보면 어떠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장르의 자유로움 △장소의 자유로움 △시간의 자유로움. 현실적이고 향토적인 맛의 한국 문학과는 사뭇 다른 표현과 볼거리에 가끔은 일본 문학가의 분위기가 부러울 때도 있다. 특히 일본 로맨스 작품은 극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소재로 사랑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히트를 친 작품, ‘너의 이름은’이 그렇고,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도 이 경우에 속한다. 비현실적인 배경과 설정 안에서 ‘사랑’의 표현법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지만 좀 더 극적인 상황을 이끌어내는 데에 굉장히 효과적이라 한 번 보면 쉬이 잊히지 못할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시 이러한 성향의 소설들 중 하나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주인공 ‘다쿠미’는 1년 전 아내를 잃었다. 다쿠미는 아내를 기억하기 위해 죽은 사람들이 가는 별, 아카이브에 관한 이야기를 아들 ‘유지’에게 들려준다. 아카이브 별에서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어야 머물 수 있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가 오는 어느 날 아들 유지와 함께 공원에 나갔다가 신비하고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아카이브 별에 간 아내 ‘미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기억을 잃은 채 돌아왔고 주인공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과거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랑의 이야기. 한번 이별했던 사람에게 들려 주는 이별의 이야기.

 

 지나가버린 사랑을 곱씹는다는 것은 매우 안정적이지만 슬픈 일이다. 이미 이별의 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쿠미는 조급함 없이 몇 주 간에 걸쳐 미오에게 조금씩 과거를 들려준다. 마치 이별의 순간이 오지 않을 것처럼. 파치아노 포코포코(‘우리는 조금씩 나눕니다’라는 러시아어. 작 중 다쿠미와 미오의 관계의 상황을 나타낸다). 그러나 결국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미오는 다시 아카이브 별로 떠나버린다. 그리고 밝혀지는 미오의 반전 정체는 다쿠미에게도, 독자에게도 이별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언젠가의 이별은 언젠가의 만남이 있기에, 언젠가의 만남은 언젠가의 이별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비현실적인 사랑이야기는 어찌 보면 사람들 마음 속 깊이 담겨져 있는 사랑의 본모습일 것이다.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모두가 원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상상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비현실적인 사랑이 현실과 타협하면서 새로운 형태, 다양한 감정으로 어우러지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상상 속에서 깊이 자리 잡던 감정을 꺼내 볼 수 있다. 조금씩. 포코포코.

 

이건우 기자│hangta96@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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