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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가] 지금 대학은 취업보다 위로가 필요하다
  • 이건우 정기자
  • 등록 2018-11-19 1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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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들 좋다고 해서 대학 왔는데... 늘어나는 우울감
대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위태롭다. 대학 진학 후 △갑작스러운 환경과 인간관계의 변화 △등록금 등의 경제적 문제 △취업 문제 등으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대2병’, 대학생의 심리적 어려움 잘 드러내

 

 지난 3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전국 대학생 2,60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심리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대학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학생의 수는 73.7%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생활에 있어서 정서적인 고초를 겪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불안 경험 41%, 우울증 경험 18.8%로 우울감을 겪고 있는 학생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20대 우울증 환자의 경우 해마다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여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학생의 심리적인 어려움을 투영하는 ‘대2병’ 같은 새로운 신조어가 대학가 내에서 유행하고 있다.

 

 대2병이란 대학교 2학년 진학 후 본격적으로 전공과목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대학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을 말한다. 중2병을 패러디한 신조어로 중2병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라면 대2병은 ‘나는 왜 대학에 다니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을 갖는다. 대학입시경쟁 사회 속에서 진로적성과 뚜렷한 목적 없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또한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처음으로 대졸자 실업률이 4.8%로 고졸자 실업률 4.6%를 추월했다. 적성에 대한 회의감과 위태로운 취업시장 속에서 대학생들은 위로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실상이다.

 

심리상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이유

 

 그러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 대학생들은 도움을 받기가 마땅치 않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본지에서 진행한 ‘대학생활 중 심리적인 압박이 가장 큰 요소’ 판넬 조사에서 363명의 학생이 응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문제가 약 33%로 4개의 고민요소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등록금 충당 △생활비 마련 등의 경제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시간적으로 상담 등의 도움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즉, 경제수준이 낮을수록 심리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음에도 그러한 학생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역시 학생들의 정신건강 치유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조사한 국가 정신건강현황에 따르면, ‘내가 정신 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의 항목에 ‘그렇다’는 답변이 38.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교육부·본교 대학생 정신건강 위한 대책 마련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대학가 내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교육부 내에서는 대학 평가 기준에 ‘진로 및 심리 상담’을 추가해 대학 본부의 학생 정신건강에 관심도 향상을 기대했지만 많은 상담센터가 재정적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을 고용하지 못한 채 1인 상담소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1) 이에 교육부에서는 올해부터 대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 정책을 폭넓게 준비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 상태이다.

 

 본교 역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상담센터는 주기적으로 E-스퀘어 앞 ‘찾아가는 상담실’을 통해 학생들에게 상담에 대한 친근함과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기 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진행해 학생들의 심리적 문제를 분석한 후 상담을 통해 대학 초기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심리 및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정신건강 향상 및 회복을 위한 활동을 지속 중이다.

 

이건우 기자│hangta96@kgu.ac.kr

덧붙이는 글

우리나라의 2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경쟁 사회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행복을 찾지 못한 채 불안과 우울에 잠식돼가고 있다. 따라서 좀 더 늦기전에, 정부 차원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대학가 내에 불안 대신 안정과 행복이 깃드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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