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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의 배신
  • 문예슬 수습기자
  • 등록 2018-10-22 09: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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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젊은 시절 고생은 나중의 행복을 위한 기반이 되기에 고생에 굴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구절이다. 이 말처럼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미래를 위한 성실함을 강요한다. 위 의 글귀대로 성실하게 살아왔다면 그만큼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현실은 성실함과 행복이 비례 하지 않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모순적인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다. 

  주인공 ‘수남’은 엘리트로 살기를 결심하고 고등학교 시절에만 자격증을 무려 14개 취득하며 사회가 원하는 스펙 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수남은 기대와 달리 작은 공장에 사무직으로 취직하고 귀가 불편한 생산직 남 자와 결혼한다. 수남이 권유한 귀 수술을 받은 남편은 인공와우 1) 의 신경마비 부작용으로 인해 작업 도중 손가락이 절단되는데, 그 일을 계기로 자살을 시도해 식물인간이 된다. 죄책감에 빠진 수남은 남편의 입원비를 위해 잠을 줄 여가며 하루에도 세 곳의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돈은 좀처럼 모이지 않는다. 심지어 수남이 살고 있는 집의 재개발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미뤄진다. 반대파 주민들은 수남의 태도를 문제 삼아 폭력을 행사하고 납치하며 괴롭힌다.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행복은 자신과 너무 먼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된 수남은 아르바이트로 얻은 기술들을 이용해 복수를 시작한다. 

 수남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수남의 모습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데, 이는 주위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다. 평생 자본을 쫓고 그 끝에 참된 행복이 있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 바로 수남의 삶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이미 자본을 가진 부자들, 특히 본인의 노력 없이 부 를 세습받은 재벌 2세들의 이야기는 어떤가. 그들은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축적된 재산을 소비하며 행복하게 살아가 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성실의 정도와 행복의 보상이 실제 사회에서는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실한 삶이 왕도가 아닌 사회는 지금부터 달라져야 한다. ‘수남’같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수난시대’를 겪게 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노력이 마땅한 결과가 되는 사회가 진정한 ‘살기 좋은 나라’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성 실이 배신하지 않는, 성실이 행복을 보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1) 인공 달팽이관

문예슬 수습기자│mys0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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